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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산과 호수, 그리고 아파트숲이 연출하는 세밑의 호수

by 낮달2018 2025. 12. 20.

[사진] 구미시 고아읍 문성리 일원의 들성공원(들성생태공원 + 산림공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들성공원은 구미시 고아읍 문성리에 있는 옛 여우못을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꾸며진 근린공원이다. 주변에 아파트숲이 많다.
▲ 올 10월에 개방한 들성산림공원에서 내려다본 들성지. 호수 건너편은 모두 고층 아파트 숲이다.
▲ 들성지 제방 쪽에서 바라본 호수와 인근 아파트 촌. 여름엔 수면 전체를 연꽃이 뒤덮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의 ‘맨발 걷기’가 막히면서 맨발로 걸을 기회가 확 줄었다. 가끔 기온이 좋을 때, 중학교를 걷긴 했는데, 수업하느라 4시 반이 넘어야 운동장이 비고, 그때는 이미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여서 여의칠 않았다. 그래서 신발을 신고 걷는 날이 이어졌다.

 

그저께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낙동강 체육공원에 조성된 버즘나무 숲의 맨발 길을 이용하려고 낙동강을 찾았다. 그런데 숲 어귀부터 길 주변이 파헤쳐져 있었고, 공사 차량과 인부들이 눈에 띄었다. 맨발 길 출발점 근처에 이르니 공사 중이어서 내년 3월까지 이용할 수 없다는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부득이 근처의 샛강에 가서 맨발 길로 가면서 시청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기존의 맨발 길을 연장하고 주변에 정비하기 위해서 공사 중이라 한다. 3월은 최종 완공 시점이고, 1월 중순께는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쨌건 지금 시장은 맨발 길에 잔뜩 신경을 썼고, 내년 선거를 맞게 될 듯하다.

 

샛강의 황토 맨발 길은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물을 뿌리지 않아서 다소 딱딱하게 굳긴 했지만 걷는 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어제 다시 아내와 함께 걸으러 갔는데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상류와 하류의 입구를 막고 출입 금지 푯말을 붙여 놓았다. 그래도 들어가 걷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푯말을 무시하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들성지가 있는 들성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거기도 반쯤은 데크( 길로 된 둘레길이 있어서 걸으려고 주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들성지는 조선 시대에 조성된 못으로 추정되는 농업용 저수지로 ‘여우못’으로 불리었다. 구미의 도시화가 진행되어 고아읍 문성리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오면서 구미시에서 이 못에 연꽃을 심었고, 못 안에 정자를 짓고 탐방 데크 길을 만드는 등의 시설을 해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관련 글 : 들성들에 물 대던 여우못이 연지(蓮池)가 되었다]

 

*‘갑판’이라는 뜻의 영자 ‘deck’는 한글 표기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덱’으로 써야 맞다. ‘book’을 ‘북’으로 쓰는 것과 같은 예다. 그러나 관행에 따라 ‘데크’로 쓴다. [관련 글 : 윈도우(window)’가 아니라 윈도]

▲ 들성산림공원에서 수변 맨발길에서 내려다본 들성지. 수면에 점점이 떠 있는 것은 지난여름의 연꽃 대궁이가 사그라지면서 남긴 자취다.
▲ 들성산림공원의 맨 아래에 조성된 수변 맨발길. 땅이 눅눅해 왕복한 뒤부터는 발바닥이 어는 느낌이 있었다.
▲ 들성산림공원의 이정표. 맨발길과 수변데크,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 들성산림공원의 맨 왼쪽에서 내려다본 들성지. 가운데 아파트 촌 앞으로 체육센터도 들어서 있다.

그리고 못가의 산은 지난 10월 ‘들성산림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2019년 공사를 시작해 무려 6년 만에 문을 연 ‘들성산림공원’의 황톳길은 ‘어르신도 걷기 편한 2.2km 숲길 트레킹’이 가능한 곳이다. 못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산 중턱과 비탈에 길을 내고 간단한 운동 시설을 설치한 이 길을 우리 내외는 지난 10월에 한 차례 걸었었다.

 

그런데 아내는 갑자기 산을 올라서인지 무릎에 부담이 갔다고 호소했고, 내겐 맨발 길이 좀 부실했다. 길이도 짧았고, 뭔가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었다. 시에슨 “91억 투입, 제대로 만든 숲 공원”, “자연 친화적인 치유형 산책 공간”이라고 홍보했지만 말이다. 들성지 끄트머리 아파트 옆으로 난 100m 남짓한 황토 맨발 길은 황토는 제대로 깔았지만, 길이가 짧은 데다가 너무 진창이어서 들어가려다 말았다.

▲ 들성지 제방 아래에 조성된 황톳길. 황토도 좋았으나, 땅이 메말라 딱딱했다. 저 뒤에는 세족시설도 있다.
▲ 제방에서 바라본 호수와 빌딩숲. 각도에 따라, 원근에 따라 풍경은 조금 다른 느낌과 인상을 보여준다.

그랬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들성공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차를 대고 아내는 데크 길을 따라 둘레길을 돌기로 하고 나는 산 중턱에 난 첫 번째 길, 수변 맨발 길을 걸었다. 땅이 눅눅해 왕복한 뒤부터는 발바닥이 어는 느낌이 있었다. 길이 끝나는 데서 아파트 앞 황톳길이 보였다.

 

날씨 탓으로 한적한 황톳길로 가서 한 차례를 왕복했다. 황토는 그대론데 물기 없이 딱딱하게 굳은 길을 걷는 게 다소 불편했지만, 지압 효과는 충분할 듯했다. 그러구러 40여 분 걸었는데 나는 주변의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연꽃이 갈색빛으로 사그라진 수면에 연꽃의 대궁이 꺾인 자리가 마치 모스부호(Morse code)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하나의 풍경은 수면에 비친 주변의 고층 아파트 건물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름에는 연꽃 군락에 가려진 주변 풍경의 반영은 나무나 꽃만 보아온 눈에는 한결 새롭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역시 전문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에 비기면 입체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그 풍경이 주는 감흥이 조금 남다르다.

▲ 비슷한 위치에서 바라본 들성지와 주변 아파트숲의 풍경. 호수에 드리운 숲의 그림자가 인상적이다.
▲ 둘레길 한쪽의 '오늘의 뷰 맛집'이란 팻말이 붙은 곳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란 뜻인 듯하다.
▲ 둘레길 한쪽에는 누렇게 변색해 가는 갈대 군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 들성지에 비친 주변 아파트의 그림자 위로 사그라드는 연꽃의 대궁이 마치 모스부호처럼 떠 있어 매우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 지난여름 무성했던 연꽃 군락의 흔적. 사그라든 연꽃 대궁은 이파리와 함께 꺾어져 마치 모스부호처럼 보인다.

 

 

2025. 12. 2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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