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미시 고아읍 문성리 일원의 들성공원(들성생태공원 + 산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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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의 ‘맨발 걷기’가 막히면서 맨발로 걸을 기회가 확 줄었다. 가끔 기온이 좋을 때, 중학교를 걷긴 했는데, 수업하느라 4시 반이 넘어야 운동장이 비고, 그때는 이미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여서 여의칠 않았다. 그래서 신발을 신고 걷는 날이 이어졌다.
그저께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낙동강 체육공원에 조성된 버즘나무 숲의 맨발 길을 이용하려고 낙동강을 찾았다. 그런데 숲 어귀부터 길 주변이 파헤쳐져 있었고, 공사 차량과 인부들이 눈에 띄었다. 맨발 길 출발점 근처에 이르니 공사 중이어서 내년 3월까지 이용할 수 없다는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부득이 근처의 샛강에 가서 맨발 길로 가면서 시청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기존의 맨발 길을 연장하고 주변에 정비하기 위해서 공사 중이라 한다. 3월은 최종 완공 시점이고, 1월 중순께는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쨌건 지금 시장은 맨발 길에 잔뜩 신경을 썼고, 내년 선거를 맞게 될 듯하다.
샛강의 황토 맨발 길은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물을 뿌리지 않아서 다소 딱딱하게 굳긴 했지만 걷는 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어제 다시 아내와 함께 걸으러 갔는데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상류와 하류의 입구를 막고 출입 금지 푯말을 붙여 놓았다. 그래도 들어가 걷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푯말을 무시하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들성지가 있는 들성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거기도 반쯤은 데크( 길로 된 둘레길이 있어서 걸으려고 주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들성지는 조선 시대에 조성된 못으로 추정되는 농업용 저수지로 ‘여우못’으로 불리었다. 구미의 도시화가 진행되어 고아읍 문성리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오면서 구미시에서 이 못에 연꽃을 심었고, 못 안에 정자를 짓고 탐방 데크 길을 만드는 등의 시설을 해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관련 글 : 들성들에 물 대던 ‘여우못’이 연지(蓮池)가 되었다]
*‘갑판’이라는 뜻의 영자 ‘deck’는 한글 표기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덱’으로 써야 맞다. ‘book’을 ‘북’으로 쓰는 것과 같은 예다. 그러나 관행에 따라 ‘데크’로 쓴다. [관련 글 : ‘윈도우(window)’가 아니라 ‘윈도’다]





그리고 못가의 산은 지난 10월 ‘들성산림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2019년 공사를 시작해 무려 6년 만에 문을 연 ‘들성산림공원’의 황톳길은 ‘어르신도 걷기 편한 2.2km 숲길 트레킹’이 가능한 곳이다. 못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산 중턱과 비탈에 길을 내고 간단한 운동 시설을 설치한 이 길을 우리 내외는 지난 10월에 한 차례 걸었었다.
그런데 아내는 갑자기 산을 올라서인지 무릎에 부담이 갔다고 호소했고, 내겐 맨발 길이 좀 부실했다. 길이도 짧았고, 뭔가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었다. 시에슨 “91억 투입, 제대로 만든 숲 공원”, “자연 친화적인 치유형 산책 공간”이라고 홍보했지만 말이다. 들성지 끄트머리 아파트 옆으로 난 100m 남짓한 황토 맨발 길은 황토는 제대로 깔았지만, 길이가 짧은 데다가 너무 진창이어서 들어가려다 말았다.


그랬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들성공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차를 대고 아내는 데크 길을 따라 둘레길을 돌기로 하고 나는 산 중턱에 난 첫 번째 길, 수변 맨발 길을 걸었다. 땅이 눅눅해 왕복한 뒤부터는 발바닥이 어는 느낌이 있었다. 길이 끝나는 데서 아파트 앞 황톳길이 보였다.
날씨 탓으로 한적한 황톳길로 가서 한 차례를 왕복했다. 황토는 그대론데 물기 없이 딱딱하게 굳은 길을 걷는 게 다소 불편했지만, 지압 효과는 충분할 듯했다. 그러구러 40여 분 걸었는데 나는 주변의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연꽃이 갈색빛으로 사그라진 수면에 연꽃의 대궁이 꺾인 자리가 마치 모스부호(Morse code)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하나의 풍경은 수면에 비친 주변의 고층 아파트 건물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름에는 연꽃 군락에 가려진 주변 풍경의 반영은 나무나 꽃만 보아온 눈에는 한결 새롭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역시 전문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에 비기면 입체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그 풍경이 주는 감흥이 조금 남다르다.







2025. 12. 2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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