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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말 6초, 익어가는 열매들(1)

by 낮달2018 2026. 6. 3.

[사진] 지금 익어가고 있는 열매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올해 새로 난 솔방울. 비록 식용은 아닐지라도 솔방울이 소나무가 맺은 열매임은 분명하다.
▲ 우리 동네 밭에 한 무더기 심어 놓은 보리도 익었다.

꽃이 피었다가 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 건 종족 번식, 자손을 멀리 퍼뜨리고자 하는 식물의 생존 전략이다. 꽃은 열매와 씨앗을 만들기 위해 꽃가루받이(수분)를 하는 임시 기관이므로 수정이 끝나면 제구실을 다 하고 진다. 꽃이 피고 진 자리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열매는 무성해지는 잎의 도움으로 마침내 ‘결실’ 하는 것이다.

 

봄꽃이 지고 나서 조그맣게 익어가는 열매들은 사과, 복숭아, 감, 살구 같은 과일이 있는가 하면, 보리수와 매실, 모과, 석류, 앵두, 버찌, 산수유, 오디, 아그배 같은 열매도 있다. 모두 나름대로 제 몫의 구실을 다 하면서 계절과 함께 가고 있다.

 

동네 주변에서 익어가고 있는 이들 열매의 모습을 며칠에 걸쳐 렌즈에 담았다. 여러 장 가운데 고른 사진들이다. 앵두처럼 이미 다 익어버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철을 맞자면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한 열매들이다.

▲ 우리 아파트 울티리 너머 북방산 자락에 빽빽하게 달린 앵두. 조그마한 꽃송이에 비기면 열매는 오히려 굵직하다.
▲ 우리 아파트 화단의 아그배. 꼭 그만한 크기로 익어가고 있다.
▲ 우리 동네 양옥집 담장 가의 석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석류가 풍년을 이룰까.
▲ 동네 카페 마당에 열린 모과. 모과는 생각보다 동네에 많다. 우리 아파트 모과나무는 열매를 찾기 어려웠다.
▲ 카페 옆 산비탈의 배나무에 배가 열렸다.
▲ 카페 뒤 산비탈에 열린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 매실은 아마 조만간 수확을 하는 모양이다.
▲ 카페 뒤 산비탈에 심은 어린 복사나무에 복숭아가 빨갛게 열렸다. 주인의 손길이 남달랐던 걸까.

보는 것처럼 모든 열매는 둥글다. 원의 형태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둥근 열매의 특성을 바라보면서 오세영 시인은 노래한다. ‘세상의 열매는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뿌리는 날카롭지만, 가지는 뾰족하지만’,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오세영의 시 ‘열매’는 열매의 둥근 이미지가 ‘사랑과 자비, 그리고 희생’을 의미함을 환기한다. 열매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데, 이는 결국 날카롭고 공격적인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둥근 열매와 같은 존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는 결국 부드러운 게 진정 강하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 오세영 시인의 시 '열매'

오는 6일이 망종, 하지(6.21.)를 거쳐 소서(7.7.)와 대서(7.23.)로 이어지는 계절의 진전으로 열매들은 익어가면서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 갈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름’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이들 열매가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는 새삼스럽다. 열매 하나엔 한 세계의 ‘창조와 소멸’이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 우리 동네 오리 전문점 울타리의 미니 사과.
▲ 오리 전문점의 울타리에 선 감나무에 꽃 진 자리에 감이 열렸다.
▲ 우리 동네 어느 양옥집 마당에 열린 사과. 빨갛게 익은 모습이 얼추 사과 꼴을 갖추었다.
▲ 동네 원룸 앞에 서 있는 뽕나무에 오디가 다닥다닥 달렸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인지 단맛이 영 나지 않았다.
▲ 우리 아파트의 화단의 산수유. 그늘이고 관리가 부족해선지 올해는 열매가 부실하다.
▲ 우리 아파트 이웃 동 앞의 벚나무에 버찌가 곱게 열렸다. 관상용으로 심은 벚나무에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 카페 뒤 산자락의 복사나무에 달린 복숭아.
▲ 동네 중학교 뒤쪽 빈 슬라브집 앞에 꽤 오래된 나무에 보리수가 넉넉하게 열렸다.
▲ 오리 전문점 울타리에 열린 사과. 이 집 주인은 솜씨가 좋아서 여러 가지 나무와 꽃을 가꾼다.
▲ 아파트 어린이놀이터의 살구나무에는 살구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멀리 가마실까지 가서 찍은 살구다. 이 집의 살구는 여전하다.

 

 

 

2026. 6.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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