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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풍경

낙동강 강변 플라타너스 산책길 풍경 6제

by 낮달2018 2026. 5. 27.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까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25. 9.15

▲ 처음으로 찾은 체육공원 플라타너스 산책길. 9월이지만 단풍은 거의 들지 않았고, 바닥에도 풀이 무성하다.

낙동강 체육공원의 맨발 길을 처음 찾은 게 지난해 9월 말이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서 자주 찾지는 못하고 해가 바뀌었다. 겨울방학 동안에는 동네 중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다가 개학을 하자, 어쩔 수 없이 체육공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3월이지만, 아직 플라타너스 산책길은 나무들은 칙칙한 겨울빛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 글 : 억새와 코스모스밭의 체육공원에도 맨발 길이 생겼다]

 

그나마 산책길의 플라타너스가 제빛을 찾은 건 4월이 되어서였다. 4월이 되자, 새벽에 동네 중학교 운동장을 찾게 되면서 강변을 찾는 일이 뜸해졌다. 4월 말과 5월 말에 각각 산책길을 찾아 이제는 잎으로 무성해진 플라타너스 산책길을 다시 렌즈에 담았다.

2025.10.15.

▲ 해마다 확인하는 바지만, 요즘 가을에 나무들이 단풍이 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기만 한다. 10월 중순에도 이런 정도다.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내가 찍은 산책길의 풍경을 돌아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새삼스레 확인한다. 황량한 겨울빛에서 아스라한 봄빛으로, 다시 신록의 잎사귀로 짙어지는 녹음까지.

 

사진을 찍은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사진을 잘 모른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그 결과물을 돌아보는 일은 나이 들수록 더 좋아지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럽다. 가끔 ‘같은 장소’의 풍경을, 시간을 두고 일정하게 기록하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늘 그렇듯 그건 머릿속에서만 잠깐 맴돌다 사라졌다.

2026.3.5.

▲ 새롭게 정비된 플라타너스 산책길. 3월이지만, 나무는 잎을 벗고 나목이 되어 황량한 겨울빛을 벗지 못하고 있다.

2026.4.13.

▲ 한 달만인데도 플라타너스에 새 잎사귀가 나면서 나무는 옷을 차려입기 시작하여 그 연록빛이 아스라하다.

2026.4.24.

▲ 4월의 산책길. 바닥은 정비되었지만, 잡초가 새로 번지기 시작한 상태다. 잎은 조금 더 무성해진 신록이 완연하다.

2026.5.26.

▲ 5월의 플라타너스 산책길은 주변의 봄빛, 오른쪽 비탈의 금계국의 노란 꽃빛을 배경으로 무성해져서 두꺼운 그늘을 만들고 있다.

‘같은 장소’의 풍경을 고유한 시선과 기법으로 담아내는 사진가들이 있다. 동일한 공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기록하거나, 유명한 풍경의 상징적인 촬영지를 재해석한 작가들 말이다. 호주 출신의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작가 트렌트 파크(Trent Parke)는 매일 같은 장소, 빛이 좋은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순간과 감정을 포착해 냈다. 덴마크 출신 사진가 피터 펀치(Peter Funch)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의 같은 장소에서 9년간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도 한다.

 

‘사진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조차 없는 자신을 거기 비길 일은 전혀 아니다. 다만,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몇 차례 찍은 사진을 돌아보면서 시간의 흐름과 그 변화를 막연히 확인해 본다. 5월에도 무성한 잎은 이후 더 왕성하게 자라 여름의 절정을 치달을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잎은 하나둘 지고, 다시 벌거숭이 몸뚱이의 시기로 침잠하게 될 것이다. 그 짧은 순환을 복기해 보는 것으로도 이 오월의 신록은 찬란하기만 하다.

▲ 트렌트 파크(Trent Parke)는 매일 같은 장소, 빛이 좋은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순간과 감정을 포착해 냈다.
▲ 덴마크 출신 사진가 피터 펀치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의 같은 장소에서 9년간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2026. 5.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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