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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형 코드, 한글 이야기(2)

by 낮달2018 2019.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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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휴대폰에서 ‘똠방각하’를 쓸 수 없었던 이유

▲ 포털 다음의 글쓰기 세상(http://fontevent.daum.net/)

얼마 전 <오마이뉴스> 블로그(nalm's Blog)에서 다음 폰트로는 똠방각하를 쓸 수가 없다?!”라는 글을 읽었다. 요지는 이렇다. “포털 다음(daum)에서 한글날 맞이 이벤트로 무료 글꼴(폰트)다음체를 공개했는데 그게 완성형으로 만들어진 글꼴이어서 일부 한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 글에서는 다음체로는 먄해(미안해)’똠방각하를 입력할 수 없다는 실제 예를 워드 2007’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의 한글날 맞이 이벤트 페이지(http://fontevent.daum.net/)에 들어가 보니 이에 대한 해명이 올라와 있다. “다음체는 2,350자의 완성형으로 제작된 폰트이기 때문에 이외의 글자는 표현이 안 되는 것이 맞다.”고 말이다.

  

 완성형조합형은 컴퓨터의 흔히 한글 코드를 이르는 말이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새기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코드라니까 또 헷갈린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통한 한글 구현 방식이다. 한글 코드는 조합형, 완성형, 확장 완성형, 유니코드(Unicode) 등으로 나뉜다.

 

컴퓨터는 01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문자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문자마다 일련의 숫자를 할당하여 구분해야 하는데 이를 문자 코드라 한다. 조합형은 모든 자모(, , , …….)에다 숫자를 할당하여 이를 불러와 한글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완성형은 이미 만들어진 글자(, , , , …….)에다 숫자를 할당해서 이를 불러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한글을 입력할 때 사용자가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조합형, 완성형의 차이가 따로 없다. 조합형이든 완성형이든 을 표현하기 위해서 자판의 ’, ‘’, ‘을 누르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글자가 구현되는 방식은 질적으로 다르다. 조합형이 누른 자모로 짜 맞춘 을 나타내는 데 반해, 완성형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이란 글자를 불러와 표현하는 것이다.

조합형은 말 그대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각각 맞추어서 한글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글의 구성 원리를 따르는 방식이다. 한글은 '가능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문자인데 그것을 가능케 해 주는 한글 입력방식이 조합형인 것이다. 조합형 한글에서 초성, 중성, 종성의 조합(組合)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글자는 모두 11,172자이다.

 

완성형은 처음 컴퓨터로 한글을 표기할 때 사용 빈도가 높은 2,350개의 문자만을 코드에 반영했다. ‘똠방각하아햏햏’, ‘따위를 쓸 수 없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확장 완성형을 거쳐 유니코드가 개발되었다. 현재 우리는 유니코드’(Unicode·컴퓨터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제안된 국제적인 문자 코드 규약)를 통해 조합형에서 구현할 수 있는 11,172자를 모두 쓸 수 있게 되었다.

 

▲ 또ㅁ 방각하?

아직도 일부 휴대전화에서 특정한 문자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도 같은 이유에서다. 글꼴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전문적이고 어려운 작업일 터이고, 그걸 가지고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를 굳이 따질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실제로 현재 쓰이는 한글 글꼴 중에서 상당수는 완성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실제 쓰임에서 큰 불편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한글코드는 한글 문서작성기 쪽으로 옮겨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이하 MS)‘MS 워드는 지금 온 세계를 석권했지만 유일하게 한국 시장은 삼키지 못했다. 전적으로 아래아 한글의 공이고, 쉽게 무른모(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는 사용자의 보수성에 힘입은 바다.

 

MS 워드가 완성형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영어를 표기하는 데 있어 완성형에 어떤 장애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만든 문서편집기 훈민정음은 다르다. 흔히 훈민정음'훈민정음(訓民正音)'이란 이름을 쓸 자격이 없는 문서편집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왜냐하면 훈민정음이 선택한 한글 코드가 훈민정음의 구성 원리와는 무관한 완성형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은 1987년 정부에서 완성형을 한글코드 표준으로 선정한 것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19875공 정부에서 한글 코드 표준으로 조합형이 아닌 완성형을 선택한 데 있다. 한글에서 자주 쓰이는 글자들만 코드로 정해 놓는 것이 처리 속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게 완성형 코드를 선택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표준 제정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질곡으로 작용하게 된다. ‘가능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한글의 장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표준은 더 이상 표준이 될 수 없었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따른 조합형을 표준으로 정하자는 사용자 운동이 계속되었고, 이는 국내에서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모두 조합형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결국, 공문서에서만 살아 있던 완성형표준과 함께 조합형이 국가 표준의 자리에 오른 건 1995년이었다. 순수하게 사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조합형 코드가 국가 표준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조합형 코드는 MS사를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도스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윈도 시절에도 줄곧 완성형만 지원했던 MS는 완성형의 단점을 보완한 확장완성형과 유니코드(윈도 98부터)를 통해 완성형의 구멍을 슬그머니 메워버린 것이다. 유니코드 한글 부분을 어떤 방식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도 조합형은 철저하게 버림받은 셈이다.

 

현재, 요즘 숱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중에서 조합형 코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아래 아 한글이 고작이다. 한때 MS사에 팔릴 뻔했던 이 소프트웨어가 국민의 열화와 같은 호응으로 재기할 때의 이름이 ‘8·15이었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상징적이다.

 

1994년까지만 해도 일선 학교 행정통신망의 문서 작성기는 하나 워드였다. 돌이켜보면 그건 당시 아래 아 한글 1.5에 비기면 문서편집기라 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아래 아 한글이 행망용 표준 문서편집기로 지정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하나 워드가 퇴출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던 셈이다.

 

단순히 기능만으로 따진다면 ‘MS워드훈민정음의 기능도 아래 아 한글에 뒤지지 않는다. 편의 기능만으로 본다면 오히려 그것들이 더 나은 부분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문서편집기 사용자들이 아래 아 한글을 즐겨 쓰는 것은 익숙한 것을 잘 바꾸지 않는 사용자의 보수성 때문이라는 건 앞서도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사용자들에게 조합형 한글 코드에 대한 주체적 이해를 주문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아닐까.

 

세벌식, 한글 이야기 (1)

 

2008. 9.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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