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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넥타이와 옷고름은 ‘매고’, 총과 목은 ‘멘다’

by 낮달2018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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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 찻집] ‘매다’와 ‘메다’, 그리고 ‘목매다’

 

모음이 다른데도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헛갈려 쓰는 낱말’이 적지 않다.

 

‘매기다’와 ‘메기다’가 그렇고[관련 글 : 점수는 매기고앞소리는 메긴다], ‘때다’와 ‘떼다’[관련 글 : 군불은 때고책은 뗀다], 그리고 ‘결재’와 ‘결제’[관련 글 : 결재(決裁)’결제(決濟)’ 사이], ‘경신’과 ‘갱신’[관련 글 : 기록은 경신하고 면허는 갱신한다]도 비슷하다.

 

비슷한 예로 ‘매다’와 ‘메다’가 있다. 헛갈리기 쉬운 건 사실인데, 나는 그게 구분이 잘 안되는 이유는 읽기·쓰기의 경험을 통하여 그 차이를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바른가 하는 의심하면서 쓰고, 사전을 찾아보면서 확인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1. 매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매다1’의 뜻은 꽤 범위가 넓다. 그중 ‘끈이나 줄로 마디를 만들다’, 또는 ‘끈이나 줄로 꿰매거나 동이다’의 뜻에 해당하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는 ‘매다’에 해당한다.

 

· 신발 끈을 매다.

· 옷고름을 매다.

· 붓을 매다.

· 책을 매다.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표현으로는 ‘가축을 기르다’는 뜻과 ‘옷감을 짜는 과정’과 관련된 것도 있다.

 

· 암소 한 마리와 송아지 두 마리를 매다.

· 베를 매다.

 

‘매다’는 ‘(…에 …을)’의 방식으로도 쓰인다. 이 경우에도 앞에서 말한 기본적인 뜻은 달라지지 않는다.

 

· 전대를 허리에 매다.

· 대님을 발목에 매다.

· 소를 말뚝에 매다.

· 죄인을 형틀에 매다.

· 나무에 그네를 매다.

· 빨랫줄을 처마 밑에 매다.

 

특이한 예로, ‘전화를 가설하다’는 뜻으로 ‘매다’가 쓰이고, ‘어떤 데에서 떠나지 못하고 딸리어 있다’는 비유적인 뜻도 있다. 또 ‘값이나 등수를 정하다’, 즉 ‘매기다’와 동의어로 쓰이는 예도 있다.

 

· 형은 그 일에 목을 매고 있다.

· 상품에 값을 매다.

· 쌀에 등급을 매다.

 

2. 메다

 

동사 ‘메다’는 ‘막히거나 채워지다’의 뜻, ‘장소에 가득 차다’의 뜻,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의 뜻으로 쓰이는 ‘메다1’과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라는 뜻과 ‘책임을 지거나 임무를 맡다’의 뜻으로 쓰이는 ‘메다2’가 있다.

 

‘막히거나 채워지다’의 뜻으로 쓰는 예는 “하수도 구멍이 메다.”나 “웅덩이가 메다.”보다는 “밥을 급히 먹으면 목이 멘다.”처럼 쓰는 듯하다. ‘가득 차다’의 뜻으로 쓰는 경우는 ‘메어 터졌다’처럼 더러 쓰고, 아마 가장 익숙하게 쓰는 예로는 “기뻐 목이 메었다”처럼 쓰는 경우일 것이다.

 

앞의 ‘매다’와 헛갈려 쓰이는 예는 ‘메다2’다. ‘배낭이나 총’은 ‘메다’로 써야 하는데, 이를 ‘매다’로 쓰는 형식이다. 이걸 구분하는 이에겐 이해되지 않지만, 헛갈리는 사람은 의외로 많은 탓이다.

 

3. 목매다

 

‘죽으려고 하는 행위’로서 사람은 ‘목을 매’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목’과 ‘매다’가 합성되어 ‘목매다’로 따로 쓰인다. 같은 뜻으로 ‘목매달다’도 있다. ‘목매다’는 ‘전적으로 의지하다’의 뜻으로도 쓰이는데, “적은 월급에 다섯 식구가 목매고 살고 있다.”나 “나는 그녀에게 목매고 싶지 않다.”처럼 쓴다.

 

장황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넥타이와 옷고름은 ‘매고’, 총과 목은 ‘멘다’”

 

 

2024. 4.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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