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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 이야기17

‘이화(梨花)’로 불리는 배꽃, 그 청초(淸楚)한 애상(哀傷)의 심상 청초한 꽃으로 달콤한 맛의 과일로 함께한 ‘배’의 역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시가의 ‘소재’로 쓰인 배꽃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 『해동가요(海東歌謠)』·『청구영언(靑丘永言)』·『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고려 후기 성주 출신의 문인 매운당(梅雲堂)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의 평시조 ‘다정가’다. 배꽃이 활짝 핀 달밤의 정취를 노래한 감각적이고 애상적인 작품이다. 이화는 ‘배나무 리(梨)’, 배꽃을 가리키는 한자어로 오얏(자두)꽃을 뜻하는 ‘이화(李花)’와는 한자가 다르다. 요즘은 벚꽃이 .. 2024. 4. 15.
‘분홍찔레’를 만나다 산책길에서 만난 분홍찔레, 10월까지 핀단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몇 해 전 한창 동네 뒷산인 북봉산을 오르내릴 때다. 날마다 눈에 띄는 풀꽃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그 이름을 하나씩 찾아내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나는 ‘관계의 확장’이라며 좀 주접을 떤 거 같다. 대상의 이름을 아는 게 ‘관계의 출발’이고, 그런 관계를 통하여 내 삶이 얼마간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관련 글 : 꽃과 나무 알기- 관계의 출발, 혹은 삶의 확장] 꽃과 나무를 새로 알게 되면서 삶은 좀 넉넉해진다 산을 오르며 하나씩 아는 꽃이나 나무를 더하게 되면서 내 삶이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관계를 ‘축복’이라고 여긴 것이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2023. 5. 26.
지산동 샛강의 수련(睡蓮)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수련(睡蓮)’, ‘연꽃’과는 다른 식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미시 지산동의 샛강생태공원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2012년에 구미에 들어와 살면서 처음 샛강을 찾을 때만 해도 샛강은 한적하고 외진 곳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금오산 아래 못잖은 벚꽃 단지로 이름이 알려지고, 여름에는 온 강을 뒤덮는 연꽃 군락을 찾아 흙길로 된 둘레를 도는 시민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면서 주말엔 차 댈 자리가 모자랄 정도가 되었다.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수련 3년째 샛강의 벚꽃 행렬을 찍으면서 그 풍경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하긴 살아 있는 자연의 풍경이 어.. 2023. 5. 21.
5월, ‘장미와 찔레의 계절’(2) [사진] 장미와 찔레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공교롭게도 “5월, ‘장미와 찔레의 계절’”을 쓰고 나서 아름다운 장미꽃을 더 많이 만났다. 풍경과 어울리는 찔레도 마찬가지다. 더하고 빼는데 망설임이 적잖았지만, 사진 여러 장으로만 ‘장미와 찔레의 계절’을 넉넉하게 기리고자 한다. 2023. 5. 14. 낮달 2023. 5. 14.
5월, ‘장미와 찔레의 계절’ 장미와 찔레, 5월을 나눠 피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도시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장미꽃의 행렬은 장관이어서 장미가 온전히 ‘5월의 꽃’으로 등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그 내로라하는 원색의 장미 물결 사이로 내 산책로 주변에 찔레꽃도 만발하고 있다. 한때 나는 오월을 장미 대신 ‘찔레의 계절’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관련 글 : 장미보다, 다시 찔레꽃] 매일 같이 동네 뒷산인 북봉산을 오르내리던 때다. 산어귀에 핀 몇 그루의 찔레에 꽂혀서 나는 ‘장미보다, 다시 찔레꽃’이란 글을 쓰기도 했다. 찔레도 장미와 같은 낙엽관목이라도 신분으로 치면 둘 사이는 무척 멀다. 장미는 세계의 여러 장미를 원종(原種)으.. 2023. 5. 12.
‘꽃 중의 꽃’ 모란(牡丹)과 작약(芍藥) 모란은 나무(목본), 작약은 풀(초본)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모란을 처음 보게 된 건 언제쯤이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꽃을 실체와 그 이름을 같이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꽃을 ‘안다’라고 할 수 있으니, 설사 보았다 해도 무심코 스쳐 지나간 것은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모란의 이름을 불러준 때가 있었겠지만, 별 감흥이 없었던지 그것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부귀화의 상징, 화중왕 모란, 우리는 ‘목단’으로 불렀다 시골을 떠나 진학한 도시의 중학교에 모란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애매하다.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언제쯤 배웠는지도 아리송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랑의 시를 공부하면서 모란이 화투장의 .. 2023. 4. 29.
뚝새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불러주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도회에서 자란 이에 비기면 다소 나을 순 있겠지만, 시골 출신이라고 해서 들이나 산의 풀이나 나무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회로 나간 뒤엔 시골에서 보낸 시간은 입대할 때까지 두세 해에 그치니 더 말할 게 없다. 퇴직하고 이웃 마을로 산책하듯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운동을 시작하니까 마치 시골살이를 새로 하는 듯했다. 산책길은 동네를 벗어나면 바로 논밭이 나타나는 등 더 볼 것 없는 시골이다. 철마다 바뀌는 농작물과 나날이 새로워지는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어렸을 적에는 무심히 지나친 사물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심히 ‘이름 모를’ 꽃과 나무로 퉁쳐 버린 대상을 알아보려고 애쓰게 .. 2023. 4. 23.
‘잎’의 계절, ‘조역’에서 ‘주역’으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아침에 산책길에 나서면서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떨구고, 시원스럽게 푸르러지고 있는 백목련 잎사귀를 보면서 문득 나는 중얼거렸다. 아, 이제 ‘잎의 계절’이로구나. 그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온 조어(造語)였다. 3월에서 4월 초순까지가 난만한 ‘꽃의 계절’이라면 찔레꽃과 장미가 피는 5월까지의 시기는 말하자면 ‘잎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른 봄을 수놓는 꽃들은 대체로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자리에서 잎이 돋는다. 봄의 전령 매화가 그렇고, 생강나무꽃과 산수유, 진달래와 개나리, 살구꽃, 벚꽃, 복사꽃이 그렇다. 식물 대부분은 잎을 내고 난 다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한살이를 .. 2023. 4. 22.
성년이 되어서야 만난 ‘사과꽃’, 그리고 사과 이야기 아름다운 ‘사과꽃’과 최상의 과일 ‘사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사과꽃은 당연히 사과나무에 핀다. 사과가 과수원에서 주로 익어가던 시절에는 일반인들이 사과꽃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과는 겨울철은 물론 연중 가장 널리 유통되는 과일이지만, 사과가 어떻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유년시절, 사과는 흔한 과일이 아니었다 어랄 적 동네엔 사과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다. 한두 그루로 지을 수 있는 농사가 아니므로 사과 농사를 짓는 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윗마을에는 집집이 낙동강 강변의 모래땅에다 조성해 놓은 과수원에서 사과 농사를 지었다. 과수원 주위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봄가을로 소풍을 갈.. 2023. 4. 14.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로 다가온 꽃, 「꽃다지 」 풀꽃 꽃다지와 민중가요 ‘꽃다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화초 ‘꽃다지’를 알게 된 것은 1990년 어름에 나온 김호철의 민중가요 ‘꽃다지’ 덕분이다. 해직 기간이었는데, 꽤 서정적인 노래여서 감상적인 여운을 풍기는 그 노래가 금방 입에 익었다. 나는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에 담긴 주저와 그리움, 안타까움, 그리고 쓰라린 상처를 금방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듯하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퇴행이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위기감이 시민사회에 감돌던 때다. 근무하던 여학교에서 9월 신학기를 맞았는데, 문득 새날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지는 느낌 때문에 꽃다지를 떠올렸었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는 구절의 뜻이 별나게 마음.. 2023. 4. 6.
새로 만난 ‘분홍’ 살구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글에서 ‘살구나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에서는 살구나무 잎과 꽃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잎은 길이 5~9 cm, 너비 4~8cm로 자라며 꽃은 흰색에서 분홍빛을 띤다.” 요컨대 살구꽃이 ‘흰색에서 분홍색을 띤다’는 것인데, 여러 해 살구꽃을 사진으로 찍어온 경험으로 보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살구나무 가운데 제일 오래된 나무는 개화는 조금 늦어도 ‘흰색에서 분홍빛을 띠’는 꽃을 피운다. 올해는 산책길 코스를 이리저리 바꿔보는데, 위의 살구나무 근처에 있는 농장에서 조금 다른 살구나무를 만났다. 처음엔 워낙 붉은빛이 강해서 복숭아꽃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하루는 .. 2023. 4. 2.
반세기도 전의 그 풀, 일흔이 다 돼 ‘다시 만났다’ ‘단풍잎돼지풀’, 혹은 ‘울산도깨비바늘’, 그리고 ‘방동사니’ 단풍잎돼지풀 난생처음 쇠꼴을 뜯기 시작한 게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아버지로부터 낫 쓰는 법을 배웠고, 강에 가서 한 망태 뜯어와 보아라, 나는 망태를 걸머지고 집을 나섰다. 마을 앞에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고, 샛강을 건너면 드넓은 백사장이었다. 샛강과 백사장 사이에 어느 해인가 이태리포플러라고 불렀던 미루나무를 잔뜩 심었다. 미루나무는 금방 쑥쑥 자라 뒷날, 이 버들 숲은 한동안 대구에도 알려져 주말이면 들놀이 장소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버드나무 숲 아래는 풀이 지천이었다. 나는 거기서 간단히 한 망태 쇠꼴을 뜯어 그걸 지고 돌아오곤 했는데, 거기 가장 많은 풀이 단풍잎 돼지풀이었다. 그 풀의 이름이 단풍잎돼지풀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 2022.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