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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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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오늘] 임정 지킴이 성재 이시영 선생 돌아가다 [역사 공부 ‘오늘’] 1953년 4월 17일, 부산 동래에서 별세 1953년 4월 17일, 이태 전인 1951년, 이승만의 전횡에 항의하며 부통령직을 사임하고 은퇴한 성재(省齋) 이시영(1868~1953) 선생이 부산 동래의 임시 거처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그는 “완전 통일의 그 날을 못 보고 눈감으니 통한스럽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시영은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백사 이항복의 10대손인 이유승의 6형제 가운데 다섯째 아들이다. 8대에 걸쳐 판서를 배출한 명문가였던 이 집안 6형제는 나라가 망하자 3만 섬의 재산(현재 시가로 6백억 원)을 처분한 뒤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6형제의 ‘노블레스 .. 2024. 4. 17.
‘세월호’ 비극 10년, 진실을 외면한 야만의 시간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으며세월호참사(2014.4.16.)가 10주기를 맞는다.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이 참사는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까지 세 행정부를 거쳐 왔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과 국가책임 인정·사과, 추가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4·16연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022년 활동을 종료하면서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12가지를 권고했지만, 이 가운데 ‘대체로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권고는 고작 1개뿐이었다고 밝혔다. [4·16연대 사참위 주요 권고 이행 평가 발표 바로가기] 에서 제작하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4월에는 방영할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 제작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다큐는 40%가량 촬영을.. 2024. 4. 16.
[오늘] ‘대동세상’을 꿈꾼 동학의 최제우, 형장에서 지다 [역사 공부 ‘오늘’] 1864년 4월 15일, 동학 교조 최제우 참수 1864년 오늘(음력 3월 10일) 오후 2시, 대구 남문 밖 아미산 아래 관덕당 뜰에서 동학의 교조 수운(水雲) 최제우(1824∼1864)가 참수되었다. 죄목은 ‘사도난정(邪道亂正)’, ‘서양의 요사한 가르침을 그대로 옮겨 이름만 동학으로 바꾸고 세상을 헷갈리게 하고 어지럽힌 죄’였다. 1860년 4월 깨달음을 얻고 동학의 가르침을 시작한 뒤 불과 4년 만에 그는 불꽃 같은 삶을 형장에서 마감했다. 향년 40세. 1863년 12월에 체포되어 다리뼈가 부서지는 혹독한 고문을 이겨낸 뒤였다. 두 눈을 부릅뜬 그의 머리는 사흘 동안 대구 남문 밖 길가(오늘날 약전골목)에 내걸렸다. 최제우는 경북 경주의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2024. 4. 16.
‘이화(梨花)’로 불리는 배꽃, 그 청초(淸楚)한 애상(哀傷)의 심상 청초한 꽃으로 달콤한 맛의 과일로 함께한 ‘배’의 역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시가의 ‘소재’로 쓰인 배꽃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 『해동가요(海東歌謠)』·『청구영언(靑丘永言)』·『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고려 후기 성주 출신의 문인 매운당(梅雲堂)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의 평시조 ‘다정가’다. 배꽃이 활짝 핀 달밤의 정취를 노래한 감각적이고 애상적인 작품이다. 이화는 ‘배나무 리(梨)’, 배꽃을 가리키는 한자어로 오얏(자두)꽃을 뜻하는 ‘이화(李花)’와는 한자가 다르다. 요즘은 벚꽃이 .. 2024. 4. 15.
[오늘] 화성 제암리, 1919년 4월 15일 화성의 3·1운동, 그리고 제암리교회 97년 전 오늘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교회에서 주민들이 일제에 의해 집단학살 당한 날이다. 이른바 ‘제암리 학살 사건’이다. 일제는 제암리 주민들을 모아 예배당에 들어가게 한 뒤 불을 지르고 사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학살로 희생된 사람은 스물셋. 마을은 초토화되었고 이웃마을 주민 여섯도 목숨을 잃었다. 제암리(提巖里,속칭 ‘두렁바위’)는 당시 전체 33가구 가운데 2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흥 안(安)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제암교회는 이 마을의 안종후라는 청년이 한학을 배우려고 서울을 왕래하다가 아펜젤러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에 귀의하고 1905년 자기 집 사랑방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되었다. 시대가 시대였.. 2024. 4. 15.
성주 ‘성밖숲’, 3백~5백 살 먹은 왕버들 고목의 4월 [사진]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천연기념물 ‘성밖숲’의 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총선거일(10일)에 아내와 함께 잠깐 칠곡 쪽에 볼일을 보고서, 내친김에 바로 성주로 차를 돌렸다. 4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니 봄을 맞은 성밖숲의 왕버들이 궁금해서였다. 1990년대 초반에 잠깐 성주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나, 정작 성밖숲을 정식으로 찾은 건 20년이 지난 2015년 11월이었다. [관련 글 : 성주 성밖숲과 백년설 노래비] 성주읍의 서쪽으로 흐르는 이천(利川) 가에 자리 잡은 이 숲의 이름이 ‘성밖숲’인 것은 성주읍성(星州邑城) 서문 밖에 자리한 까닭이다. 읍성의 흔적은 북문 터만 남아 있었으니, 읍성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상고하기 어렵다.. 2024. 4. 14.
[순국] ‘남만의 맹호’ 김동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다 1937년 4월 13일-일송 김동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 ‘만주벌 호랑이’ 김동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다 1937년 4월 13일, 서대문형무소에서 ‘만주벌 호랑이’, ‘남만(南滿)의 맹호’ 일송(一松) 김동삼(1878~1937) 선생이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순국했다. 향년 59세. 일본의 만주침공(1931) 직후, 경북 영양 출신의 남자현과 항일 공작을 추진하기 위해 하얼빈에 잠입했다가 일제에 체포된 일송은 평양지방법원에서 10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평양감옥을 거쳐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그는 비타협적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진보적 중도 민족주.. 2024. 4. 13.
'보여지다'는 없다, 모두 '보이다'로 쓰자 [이중피동 오류] 스포츠 중계와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여전하다 “휘영청 달이 떠오르는 밤, 진남문이 가진 기억이 달빛을 받아 보여지다!” 지난해 칠곡문화관광재단이 칠곡 가산산성 진남문 일원에서 개최한 행사 ‘2023 가산산성 야행’(6.9.~6.11.)의 구호(슬로건)다. 다행히 포스터에 쓰인 글귀는 아니지만, ‘보여지다’를 보면서 입맛이 썼다. ‘보다’의 피동사는 피동 접미사 ‘이’를 쓴 ‘보이다’다. 그런데 ‘보이다’ 대신 연결어미 ‘-어’에 피동의 뜻을 지난 보조동사 ‘지다’를 붙인 형태인 ‘보여지다’를 쓴 것이다. 피동사를 만들면서 ‘피동 접미사’(이, 히, 리, 기)에다 ‘-어지다’를 붙이는 이른바 ‘이중피동’은 우리 언어생활에서 자주 지적되는 오류다. [관련 글 : ‘잊혀진 계절’은 없다] 이.. 2024. 4. 12.
[오늘] 유대인 학살자 아이히만, 마침내 법정에 서다 [역사 공부 ‘오늘’] 1961년 4월 11일, 아이히만 반인륜적 범죄로 기소되다 모사드, 15년 추적 끝 학살자 아이히만 체포 압송 1961년 4월 11일, 이스라엘 검찰이 반인륜적 범죄로 기소한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 1906~1962)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아이히만은 ①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수백만 명 학살, ② 치클론-B 독가스 도입 및 운용, ③ 리투아니아 8만 명 학살, ④ 라트비아 3만 명 학살, ⑤ 벨라루스 4만5천 명 학살, ⑥ 우크라이나 7만5천 명 학살, ⑦ 키예프 3만3천 명 학살 계획 입안 등 모두 15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에 대한 단죄는 1946년 9월 30일, 뉘른베르크(Nuremberg) 전범 재판을 통해 이.. 2024. 4. 11.
[오늘] 상하이 임시정부와 4·13 총선거 1919년 4월 13일 상하이 임정 수립 : 2016년 4월 13일 총선거 4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97년 전 오늘, 상하이의 독립운동가들은 이틀 전(4월 11일)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고 이 사실을 세상에 널리 공표한 것이다. 비록 국외 망명지였지만 패망한 ‘왕의 나라’ 대신 ‘백성’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었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임시정부가 상하이(上海)에 터전을 잡은 것은 상하이가 경술국치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모여들어 활동하면서 해외 독립 운동의 근거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즈음 상하이에는 천여 명의 한국 혁명지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대한제국 장교 출신으로 경술국치 이후 망명해 신해혁명(1911)에.. 2024. 4. 10.
[오늘] 야만의 현대사-인혁당 피고 8인 사형 집행 1975년 4월 9일, 인혁당재건위 피고 8명, 형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 ‘1975년 4월 9일’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프고 슬픈 야만의 시간이었다. 그날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8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이다. 4월 8일, 판결이 확정된 후 불과 18시간 만이었다. 1975년 4월 9일의 ‘사법살인’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에서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한 것은 그것이 유신 독재정권에 의한 명백한 ‘사법살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국가에 의해 살해된 서도원(53·전 대구매일신문 기자), 김용원(41·경기여고 교사), 이수병(40·일어학원 강사), 우홍.. 2024.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