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풍경

[사진] 6월, 다시 익어가는 것들

낮달2018 2025. 6. 22. 19:30

2025년 6월, 익어가는 과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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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놀이터의 살구나무에 살구가 다 떨어졌길래 끝났나 싶었는데, 동네는 물론 이웃동네에도 아직 살구가 한창이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일도 마음에 겹게 다가오는 것은 나이 탓이라고 해야 한다. 6월에 ‘지금 익어가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2020년부터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상황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다룬 글인데, 2022년에도 이어서 한 편 더 썼다. [관련 글 : 6월에 익어가는 것들, 혹은 화해와 평화 / 다시 6, 지금 익어가는 것들 ]

다시 쓰는 ‘6월의 평화’

그러나 2023년에는 쓴 건 좀 결이 다른 글이어서 제목도 달라졌다. 눈치챘겠지만, 이 시기는 윤석열 정부 2년 차다. 탄핵당해 내란수괴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된 윤석열의 재임 시 허세로 일관한 대북 정책과 김정은의 노골적 적대화 정책이 합을 맞추었던 시기가 아닌가 말이다. [관련 글 : 지금, ‘익어가는 것들얼어붙고 있는 평화]

 

윤석열은 쫓겨났고,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국익 우선의 통합 정치와 함께 민주주의와 평화를 회복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얼어붙은 평화가 풀리는 실마리가 잡힐까 싶은 기대를 버릴 수 없다. 우리 측이 휴전선에서의 대북 방송을 중지하고 나자, 화답하듯 북이 대남 방송을 따라서 멈춘 것은 그런 변화의 조짐이 될 수 있을까.

▲ 우리 동네 어느 집 담장의 석류. 꽃이 아름답고, 열매도 좀 묘하게 생겼다.
▲ 우리 아파트 놀이터 모과나무에서 여무는 모과
▲ 동네 카페 옆 정원에 서 있는 모과나무에 달린 모과 열매.
▲ 동네 어느 집 정원에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에 사과가 실하게 달렸다.
▲ 같은 집에 있는 호두나무에 열린 호두.
▲ 동네 카페 울타리에서 자라고 있는 꽃사과.

아침에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하게 되면서 산책길 풍경을 잊은 지 꽤 됐다. 2023년 7월 말에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산책길 걷기 대신 운동 공간을 동네의 초, 중등학교로 바꾼 것이다. 맨발 걷기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자연의 모습을 살필 수 없고, 학교 운동장 트랙을 도는 단순 운동이지만,  실제 걸음 수는 산책길 걷기보다 많아서 옹근 운동이 되었다.

오래 찾지 못한 산책길에서 다시 만난 과실들

며칠 전에 한동안 멀어졌던 산책길도 궁금하고, 이제 여물어가는 과실들도 살펴볼 겸 길을 나섰다. 예년에 비겨 별다른 풍경을 만난 것은 아니다. 동네 곳곳에서 만나는 꽃나무에, 꽃이 지고 맺는 열매들의 목록은 그대로다. 석류와 꽃사과, 사과가 여물어가고, 호두, 자두, 복숭아에도 단맛이 들고 있고, 살구는 한창 노랗게 익었다.

 

아파트 놀이터의 살구꽃을 찍으면서 살구가 익을 때를 살펴서 떨어지는 살구도 줍고 사진도 찍으려고 작정했었다. 그러나 자연의 때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어느 날 생각나서 올라가 보니 살구는 익어 죄다 떨어지고 아직 붙어 있는 놈이 얼마 없었다. 마침맞게 아내가 청과에서 살구를 한 상자 사 왔길래, 살구는 이제 늦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데 저 멀리 원룸 빌딩 뒤뜰에 주황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 보니 이미 철 지났다고 포기한 살구였다. 거기뿐이 아니었다. 내가 해마다 찍는 부곡동의 한 농가 대문간에 서 있는 살구나무도 아직 싱싱한 살구를 가득 달고 씩씩하게 서 있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엔  사진을 찍으면서 새로 몇 그루의 모과나무를 더 발견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자연과 사물을 무심히 흘려 보고 지나가는 한, 아무도 그것과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모른다고 해서 풀과 나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얘기니 우리의 이란 때로 얼마나 얄팍한 것인가 싶다.

▲ 우리 동네 원룸 빌딩 뒤편에 선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 달렸다.
▲ 살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다. 과육이 간단하게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씨를 바를 수 있는 것도 좋다.
▲ 얼른 보면 자두 같지만, 신비 복숭아 종류인 듯하다.
▲ 아직 푸른 기를 벗어나지 못한 자두.
▲ 동네 텃밭의 오이. 참, 부럽다.
▲ 잘 세워놓은 지지대를 따라 잘 자라고 있는 토마토. 동네의 텃밭.

동네를 돌다가 어느 텃밭에서 썩 알뜰하게 농사를 짓고 있어서 거기 자라고 있는 오이와 토마토를 찍었다. 텃밭이 멀어서 자주 보살피지 못해서인지 오이와 토마토 농사는 초기에 열매 몇 개를 따먹는 게 고작일 뿐이었다. 오이와 토마토를 렌즈로 담으면서 몇 년 동안 짓지 못하고 있는 농사의 아쉬움을 달랬는지도 모른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손을 맞잡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올해로 25돌을 맞았다. 그러나 10·4 선언[관련 글 : 2007104, 그리고 1], 판문점 선언 [관련 글 : ‘10·4 남북공동선언’, ‘6·15’를 이으며 판문점선언으로] 등으로 이어지던 화해의 행진은 2022년 이후 중단되었다. 새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복원해 나갈 것인지를 기대해 보는 이유다. [관련 글 : 6·15 - 남북 정상, ‘평화와 통일을 위한 최초의 악수]

 

 

 

2025. 6. 22. 낮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