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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4대강3

‘PD수첩’에 서린 PD들의 땀과 좌절의 세밀화 [서평] PD수첩 제작진 지음 2008년 이후, 이른바 ‘PD수첩’ 사태로부터 시작된 , 혹은 ‘PD수첩’의 만만찮은 수난사는 MB정부 출범 이후 시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이런저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험들과 닮아 있다. 닮은꼴 ‘MB 정부’와 ‘MBC’ 아니, 더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진보 개혁진영의 시각과 권력에 의해 선택된 새 사장을 맞이하는 구성원들의 관점은 대동소이했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사람들은 대부분 국민의 정부 이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형식과 내용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일관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비록 보수적인 우파의 집권이긴 하지만 역사와 진보의 추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2. 3. 20.
‘곡학아세’의 세월은 연면하다 곡학아세로 점철된 역사 사전은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바른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마천의 에 전하는 고사성어다. 학자가 ‘세상 사람에게 아첨’하기 위해서 ‘바른길에서 벗어난 학문’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원래의 뜻과는 달리 여기서 이르는 ‘세상 사람’은 흔히 말하는 ‘장삼이사’가 아니라 상징화된 권력이나 권력자다. 곡학아세는 결국 객관적 진리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자가 ‘세상 사람’이 원하는 주관적인 주석(註釋)을 서슴지 않는 일종의 변절이다. 기원전 중국 역사에서 유래된 이야기지만 곡학아세의 역사는 연면하다. ‘곡학아세’의 세월들 일제 식민지 시대에 그것은 ‘친일 부역’의 형태로 나타났고 해방 이후에는 이들 곡학아세의 무리가 정권의 두뇌 노릇을 하면.. 2021. 7. 13.
수굼포, ‘삽’과 ‘삽질’ 사이 경북 남부지방의 ‘수금포’(삽)는 네덜란드어 스콥(schop)이 어원 정진규·정희성, 두 시인의 ‘삽’ 문태준이 엮고 잠산이 그린 를 뒤적이다가 정진규(1939~ ) 시인의 시 「삽」을 발견한다. 시는 ‘삽’이란 ‘발성’이 좋다는 시인의 탄성으로 시작한다. ‘땅을 여는 연장인데’도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소리를 거두어들인다’ 함은 받침인 ‘ㅂ’ 소리가 ‘끝이 닫히는 소리’라는 말이겠다. 시인은 두 번 그 삽을 쓰겠다고 말한다. 한번은 ‘너를 파고자’, 또 한번은 ‘내 무덤’을 짓고자.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것보다는 ‘죽음’을 거두어들일 때 쓰겠다는 부분이 서늘하게 마음에 닿아온다. 그렇다. 죽음은 그렇게 한 ‘삽’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지. 문득 마음 한쪽에 .. 2021.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