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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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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최초로 재배된 곡물, 피[稷] 이야기 한때는 불량한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 ‘구황작물’로 애용된 피,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 거의 매일 아침 운동 삼아 걸어서 인근 마을을 다녀온다. 집을 나서 10분만 걸으면 만나는 들판 사이로 난 마을 길로 2km쯤 가면, 구미시 부곡동, 가마골에 이른다. 길은 벼가 익어가는 볏논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나는 가마골 어귀에서 돌아서 온다. 아침 운동길에 만나는 벼와 피 겨우내 비어 있었던 논은 써레질을 시작으로 모내기가 이어진 뒤, 나락이 패고 이삭이 나와 천천히 익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 들판이 누렇게 익은 벼로 넘실댈 때 벼 베기가 이루어진 뒤, 볏짚을 저장하여 발효시키는 압축포장 사일리지가 군데군데 나타나면 비로소 벼농사는 끝을 맺는다. 벼가 패고 익어가면서 볏논 여기저기 불청객처럼 드러나.. 2022. 11. 12.
되돌아보는 2019년 가을 ‘단풍’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⑤ 이르다고 발길 돌린 피아골 단풍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19년 10월 31일에 찾은 피아골 피아골은 2019년 10월 31일, 여행 첫날의 첫 방문지였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옆 계곡의 단풍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온 나에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마뜩잖았다. 상기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나무들 가운데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나는 아내에게, 때를 맞추지 못했다고, 다음에 오자며 발길을 돌려버렸다. 정작 뒷날의 기약이란 흔히 공수표가 되고 만.. 2022.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