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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풀매기3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2 텃밭 농사 ③] 감자 캐기, 그리고 가지와 호박을 처음 따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6월 27일 월요일 아침에 텃밭으로 향하면서도 아내와 나는 풀이나 한번 맬 참이었다. 일주일 전에 혼자서 밭을 다녀온 아내는 풀이 짓어서(‘풀이 무성하게 나다’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 말이 아니라고 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찔끔찔끔 오긴 했지만, 여러 차례 비가 내렸으니 안 봐도 비디오다. 고랑에 빽빽하게 번지는 것은 바랭이다. 쇠비름이나 다른 풀도 따위도 나긴 하지만, 잡초의 주종은 바랭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비록 풀은 무성하지만, 제법 꼴을 갖춘 밭의 모습이다. 고구마순도 왕성하게 자랐고, 그간 고추 하나 못 맺었다고 지청구를 먹였던 고추도 조그마하지만 여러 개의 열매를 맺었다. 아내와 나는.. 2022. 6. 29.
[2021 텃밭 농사 ③] 텃밭 농사도 ‘심은 대로 거두기’는 매일반 1. 풀매기(6월 5일) 지지대를 세워준 게 5월 26일, 열흘 만에 텃밭에 들르니 고랑마다 돋아난 풀이 말이 아니다. 일찍이 첫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나는 텃밭 일이 풀과의 씨름이라는 걸 알았다. [관련 글 : 초농기(初農記), 첫 농사의 기록] 며칠만 한눈을 팔면 풀은 마치 임자의 게으름을 비웃듯 밭고랑을 잠식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랭이 등 잡풀들의 공세에 기가 질리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새록새록 나날이 짙어지는 잡풀의 기습을 불가항력이라고 느낀다면 ‘폴과의 공존’을 선택해도 좋다. 요즘 농사꾼 가운데서는 굳이 고랑의 풀을 뽑지 않고 버려두는 경우도 흔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내는 곧이곧대로 농사일을 곁눈질하며 자란 사람이라, 풀과의 공존 따위를 입 밖에 낼 수 없다. 부지런히 틈만 있으면 놈들을 .. 2021.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