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남정미소1 집안의 고서 몇 권 …, 거기 남은 선친의 자취 인쇄본과 필사본 고서 몇 권, 그리고 아버지 베란다에 둔 내 서가의 맨 위 칸에 꽂아 놓은 묵은 ‘고서(古書)’을 꺼냈다. 1990년대 중반, 시골집을 팔고 어머니를 모셔 오면서 함께 꾸려온, 집안에 전해져 온 옛 책들이다. 가져와서 얼마나 오래된 책인가 싶어 한 번 훑어보고서 나는 얌전히 그걸 손이 닿지 않는 맨 위 칸에 들여놓아 버렸었다. 집안에 전해 온 고서 몇 권을 꺼내보다 고서엔 문외한이지만, 책들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었고, 이른바 ‘희귀본’일 가능성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따로 묶어서 옮겨왔지만, 뒤적여 볼 일이 없을뿐더러 책의 키가 커서 제일 높은 칸에 ‘짱박아 놓은’ 것이었다. 창문에 가까운 쪽을 선택한 것은 혹시 습기 차 상할까 저어해서였다. 20년도 넘게 흘렀는데, .. 2023. 5.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