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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토란3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토란, 토란국, 토란대 수확한 토란으로 끓인 토란국과 개장에 쓸 토란대 지지난 주말에 장모님의 밭에서 토란을 수확했다. 일손도 마땅치 않은 데다가 밭 위에 쓰러진 굵직한 아까시나무에 깔려 있어 수확하지 못했던 토란이었다. 트렁크에 넣어 다니던 비상용 톱으로 그걸 잘라내고 서둘러 알줄기를 캐냈다. 씨알은 그리 굵지 않았으나 꽤 양이 많았다. 그 알줄기를 트렁크에 싣고 돌아왔다. 딸애가 젊은 애답지 않게 별식으로 토란국을 매우 즐기는 것이다. 아이는 토란 알줄기를 보더니, 반색했고 이내 그걸 손질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토란 알줄기를 잔뜩 넣고 끓인 토란국에 맛을 들인 것은 언제쯤일까. ‘토란’은 식용하는 ‘알줄기’ 토란은 천남성과의 인도·인도네시아 등 열대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토란은 ‘흙 난초’[토란(土蘭)]가 아니라, ‘흙.. 202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