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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카프2

박영희, 문학도 이데올로기도 모두 잊힌 문인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만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쌓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빈 나의 마음은 이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한숨과 눈물과 후회와 분노로 앓는 내 마음의 임종(臨終)이 끝나려 할 때 내 병실로는 어여쁜 세 처녀가 들어오면서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라고 달님이 우리를 보냈나이다.— 이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도다. 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들의 이름을 물을 때 —나는 ‘슬픔’이라 하나이다. 나는 ‘두려움’이라 하나이다. 나는 ‘안일(安逸)’이라고 부르나이다.— 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 이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2021. 12. 19.
김기진, ‘황민(皇民) 문학’으로 투항한 계급문학의 전사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카프에서 활동한 비평가, ‘황민(皇民) 문학’에 투항 ‘기진’이라는 이름보다는 ‘팔봉(八峯)’이라는 호로 더 알려진 김기진(金基鎭· 金村八峯, 1903~1985)은 회월(懷月) 박영희와 함께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주요 성원으로 활동한 이다. 그는 대체로 시인과 평론가로 소개되고 경향소설인 「붉은 쥐」(1924)를 쓰기도 했지만, 대중적 시인이나 작가로 알려진 이는 아니다. 파스큘라, 카프 등 계급문학의 주역 오히려 그는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소략하게 소개되는 1920년대 이후 계급문학(프로문학)의 전개에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2020.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