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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축복2

눈, ‘설렘과 축복’에서 ‘불편’과 ‘불결’로 ‘축복’에서 ‘불편’으로 바뀐 눈, 혹은 세월 올 연말은 ‘눈’이 풍성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성탄절 이후에도 드문드문 눈이 내렸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화요일에 이어 오늘 또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눈길을 걸어서 출근했다. 뉴스 화면을 장식할 만큼의 폭설도 아니었고, 출근길의 교통 마비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길로 나섰던 것 같다. 남부라곤 하지만 경북 북부여서 중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인데도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은 매우 드물다. 기껏해야 싸락눈이 날리거나 함박눈이 내린다 해도 쌓일 겨를도 없이 녹아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눈, 한겨울의 ‘설렘’과 ‘축복’ 눈 소식에 아이들은 반색한다. 어른들.. 2021. 12. 24.
아내 생일에 생일에 아내는 손수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렸다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는 손수 끓인 미역국에다 엊저녁에 해 둔 밥으로 식탁을 차렸다. 그 식탁에 앉기가 좀 민망했다. 딸애는 뒤늦은 공부 때문에 해외에 머물고 있고, 아들 녀석은 서울에 있다. 그렇다고 아내의 생일이라고 내가 안 하던 밥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생일날인데……, 미역국도 손수 끓여서 먹어야 하는구먼, 하고 내가 겸연쩍게 말하자, 아내는 심상하게 밥도 엊저녁 밥인데 뭘, 하고 대수롭잖게 받아넘겼다. “어쨌든, 당신 같은 사람을 내게 보내주어서 나는 참 행복했어. 당신이 태어나 주어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 줘서…….” 예전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준의 아첨이지만, 나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