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추위3

한파 …, 돌아온 ‘추운 겨울’ 며칠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경상북도 남부지방에선 추위가 끈질기지 않다. 아침에 곤두박질친 수은주도 날이 들면서 이내 영상으로 회복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 와서 11년째이지만, 추웠던 겨울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이는 확실하다. ‘춥지도 눈도 오지 않는’ 경북 남부 퇴직 전에 마련한 중량 오리털 재킷을 이태나 입지 않았던 이유다. 장시간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중무장에 가까운 옷차림이 필요하지는 않은 까닭이다. 좀 가볍게 입었다 싶어도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차니 굳이 두껍고 어둔한 옷을 고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눈도 거의 오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눈은 여기에 온 첫해인 2012년 3월 말께에 드물게 쌓일 정도로 퍼부은 게 다다. 여름에 비도 잘.. 2022. 12. 20.
봄을 기다리며 학년말, 봄을 기다리며 내일로 방학 중 보충수업이 끝난다. 방학식 다음 날부터 24일간의 강행군이다. 하루에 다섯 시간. 오전 8시 10분에 시작되는 수업은 오후 1시 10분에 끝난다. 온순해 학교의 방침을 잘 따르는 아이들은 그래도 비교적 성실하게 학교에 나왔다. 양말을 껴 신게 한 추위 올겨울 추위는 정말 매웠다. 기온이 영상인 날이 며칠 되지 않았고 눈도 여러 번 내렸다. 최신식의 시스템 난방장치가 가동되었지만, 교실은 추웠다. 이미 5, 6년이 넘은 낡은 시설이어서 난방장치가 제 기능을 잃었는가. 따뜻한 바람이 나와야 하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 앞에서 아이들은 어깨를 잔뜩 웅크리곤 했다. 추운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교무실도 썰렁하긴 매일반이다. 나는 그간 빼놓지 않고 내복을 입었고, 아침.. 2022. 1. 22.
‘봄 기척’ 산수유와 매화 봄을 알리는 꽃, 산수유와 매화 해마다 봄이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동네와 북봉산 어귀를 어슬렁대곤 한다. 역시 가장 먼저 계절을 알리는 ‘봄의 척후’는 산수유다. 지난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산수유와 매화는 꽃망울을 맺은 것은 비슷한데, 벙글기 시작한 건 산수유가 앞섰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의 끝, 2월 2일이었다. 봄의 척후, 산수유 올해도 2월 초순부터 아파트 앞 화단의 산수유를 드나들 때마다 눈여겨보았지만 꽃망울은 낌새도 없었다. 올겨울이 제법 추웠다는 걸 떠올리며 당연히 매화도 그러려니 하면서 2월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우리 동네가 북봉산 아래여서 봄이 더디다는 사실과 아파트 앞 계단이 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걸 깨우친 것은 2월 하순에 우연.. 2021.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