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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쥘부채2

쥘부채…, 세월 그리고 인연 어떤 아이가 준 쥘부채와 세월 어릴 적에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햇볕에 발갛게 익어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커다란 부채로 한참 동안 바람을 부쳐 주시곤 했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천천히. 그게 성이 차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부채를 빼앗아 마구 까불 듯 부쳐 보지만 금세 팔이 아파서 그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싱긋 웃으시고 다시 가만가만 공기를 떠밀어내듯 설렁설렁 부채질을 해 주시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팔도 아프지 않으실까. 어째서 어머니는 지치지도 않고 저리 부채질을 하실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오래도록 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거듭하는 얘기다. 올해는 더위를 유난히 견디지 못했다. 여자아이들은 온도에 매우 예민하다. 교사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견디고 있는데도 몇몇 아이들은 얇은 담요를 덮어.. 2021. 9. 18.
화접도(花蝶圖), 혹은 욕망의 끌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화접도’ 고운 쥘부채를 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쥘부채를 하나 샀다. 중앙박물관은 처음이었다. 전국교사대회에 참석하기 전 우리 지회는 박물관에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파라오 특별전’에 들어갔고, 나머지는 박물관 전시실을 순례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중앙박물관을 찾으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정작 잠시 들른 박물관에서 나는 좀 어정쩡했다. 아예 박물관 구경을 목표로 한 걸음이 아니었던 탓이다. 나는 동행한 역사 전공의 후배 교사를 길라잡이 삼아 그의 해설을 귀담아들으며 한 시간쯤 전시실을 두루 돌아다녔다. 전시물 조명은 따로 있었지만, 안경을 끼지 않은 내게 전시실은 대체로 좀 어두웠다. ‘깬석기’나 ‘빗살무늬토기’ 따위의 우리말 이름이 좋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타제석.. 2019.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