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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제주도2

슬픈 섬, ‘잠들지 않는 남도’ 아이들의 수학여행으로 다시 찾은 제주 제주도에 닿은 것은 지난 4월 10일 늦은 오후였다. 1988년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공항은 좀 더 커진 듯했고, 예전과 달리 야자나무 가로수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며 나는 이 남도의 섬이 건너온 고단한 세월을, 그 시간 속에 켜켜이 서린 통한의 현대사를 떠올리며 옅은 비애를 느꼈다. 4·3항쟁 쉰아홉 돌이 꼭 일주일 전이었다. 나는 차창에 머리를 괴고 연도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스쳐 가는 풍경 속에서 거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삶이 날것 그대로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제주는 슬픈 섬이야, 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섬에서의 사흘 밤 나흘 낮을 나는 마치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2019. 9. 9.
김영갑, 그 섬에 그가 있었네 ‘김영갑의 제주도’를 기리며 다시 제주를 찾았다. 이태째다. 지난해보다 한 달쯤 이른 방문이었지만 제주는 일 년 전 만났던 모습 그대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대부분의 여정은 지난해의 그것을 되밟는 과정이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서 나는 이 남도의 섬 곳곳을 무심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 삼나무 숲과 동백꽃의 행렬, 나지막한 돌담으로 둘러싼 밭과 거기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양배추나 마늘, 쪽파 등의 농작물과 함께 나른하게 봄이 익어가고 있었다. 밭 한가운데나 ‘오름’ 주변에 자리 잡은 ‘산담’이라 불리는 무덤이 정겨웠고, 이제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는 유채꽃이 슬프도록 화사했다. 터질 듯한 소녀들의 드높은 웃음소리와 싱그러운 재잘거림 속에 제주의 봄은 새롭게 깨어나는 듯했다.. 2019.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