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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접시꽃2

메밀꽃의 발견 다시 바라보는 메밀꽃, ‘이미지’와 ‘현실’ 사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관련 글 :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유난히 자주 눈에 밟혔는데, 올.. 2021. 9. 3.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접시꽃, 저장된 기억의 선택 언젠가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썼지만 이제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이다.”로 써도 무방할 듯하다. 우리 기억의 층위를 채우는 갖가지 사물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선택, 접시꽃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또 어느 해에는 숲마다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 고 느낀다. 그러나 그 해 특별히 찔레꽃이 풍년이었던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그때가 담쟁이의 생육에 특별히 더 좋았던 시기였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으니 그 느낌이란 결국 기억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상에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때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그것은 얼마든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