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동원3

초가을, 산, 편지 초가을, 북봉산에서 초가을, 산 아직 ‘완연하다’고 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이미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은 모두가 안다. 그것은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을 새삼 실존적으로 환기해 준다. 어쩔 수 없이 가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자기 삶의 대차대조표를 들이대기엔 아직은 마뜩잖은 시간이지만. 아침저녁은 서늘한 반면 한낮엔 아직 볕이 따갑다. 그러나 그것도 ‘과일들의 완성’과 ‘독한 포도주’의 ‘마지막 단맛’(이상 릴케 ‘가을날’)을 위한 시간일 뿐이다. 자리에 들면서 창문을 닫고, 이불을 여며 덮으며 몸이 먼저 맞이한 계절 앞에 한동안 망연해지기도 한다. 늦은 우기에 들쑥날쑥했던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공기가 찬 새벽을 피해 아침 8시 어름에 집을 나선다. 한여름처럼 땀으로 온몸을 적실 일은 없지만, 이마에 흐.. 2021. 9. 13.
초가을 풍경, 릴케의 ‘가을날’ 릴케의 시 ‘가을날’의 초가을 풍경 서둘러 계절이 바뀌고 있는데도 우리는 무심하게 그걸 바라보고만 있다. 가을이 오고 있다. 일주일 후면 한가위인데도 고단한 삶이 서툰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일교차가 크다고는 하나 한낮의 수업도 그리 힘들지 않다. 열어놓은 출입문과 창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의 손길은 부드럽고 살갑다. 그러나 여전히 창밖의 햇볕은 따갑다. 여름내 타오르던 정염(情炎)은 시방 마지막 갈무리를 위하여 자신을 태우고 있는가. 익어가는 것들을 위한 ‘남국의 햇볕’을 노래한 릴케의 시구를 떠올리면서 아이들에게 이 뜨거운 햇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늦여름, 초가을의 햇볕은 모든 작물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높은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이 풍작을 예비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햇볕은.. 2021. 9. 7.
‘사드 철거’ 성주 소성리 ‘수요집회’도 100회를 맞았다 ‘사드 철거 100회 소성리 수요집회’ 참관기 ‘수요집회’라면 누구나 먼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 넘게 열고 있는 수요시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경상북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도 2016년부터 수요집회를 열어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성주 소성리 골짜기에서도 ‘수요집회’가 열린다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부터 그 마을에서 100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2016년 인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되면서 일상의 평화를 빼앗겨 버린, 달마산 기슭의 양지바른 시골 마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다. 오후 2시, 천막을 씌우고 의자를 배치한 데 이어 커다란 난로 두 대까지 설치하여 집회에 ‘최적화’된 소성리 마을회관 .. 2018.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