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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영남산2

숲 산책, ‘가지 않은 길’ 학교 뒷산의 숲을 걸으면서 얼마 만인가. 어저께는 빈 시간에 학교 뒷산을 올랐다. 9월이지만 여전히 산은 푸르고 그늘은 두터웠다. 사람들의 자취로 익숙한 옛길을 걷다가 문득 왼쪽으로 벗어난 작은 길 하나를 발견했다. 무심코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오종종한 하얀 꽃의 물결이 수줍은 듯이 이어지고 있는 메밀밭이었다. 물론 이효석이 소설에서 묘사한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은 아니다.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 풍경이 주는 ‘2% 부족한 느낌’ 때문이다. 메밀꽃은 화려하지도, 꽃송이가 크지도 않다. 작고 보잘것없는 꽃들이 어우러져 지어내는 수더분함이 바로 메밀꽃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내겐 ‘낯선 길’이었지만 그것도 사람들이 숱하게.. 2021. 9. 7.
숲을 걸으며 숲의 선물, 명징한 깨우침과 서러운 행복감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고개를 돌리면 어디서든 산을 만나는 나라에서 살면서도 정작 우리는 산에 대한 특별한 자의식을 갖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닐까. 요즘 거의 날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학교 뒷산을 오르내리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이름난, 높고 깊은 산이 아닌 한, 그저 언덕을 면한 나지막한 ‘앞산’, ‘뒷산’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산을 달리 타자(他者)로 여기지 않게 된 것일까. 산은 땔감을 구하거나 흉년의 주림을 달래주는 갖가지 열매와 뿌리를 내는 구황(救荒)의 땅이었고, 죽어서 그 고단했던 육신을 묻는 공간이었으니 구태여 산을 일상의 삶과 구분할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뒷산은 안동의 주산(主山)이라는 해발 252.2m의 영남산(映.. 2019.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