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몇 개1 ‘생명’마다 한 ‘우주’, 그 탄생을 위한 ‘인고’의 시간 … 고은의 시 ‘열매 몇 개’와 ‘그 꽃’ 열매 몇 개 1994년 봄, 중학교 3학년 국어 시간에 아이들에게 고은의 시 ‘열매 몇 개’를 가르쳤다. 1989년 해직되어 5년 만에 복직한 경북 북부의 궁벽한 시골 학교에서였다. 모두 7학급의 단설 중학교였는데, 인근에 있는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들려오는 항공기 엔진 소음 피해가 심각했지만, 산비탈에 깃들인 교정이 아름다운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이태 동안 근무하면서 만난 순박한 시골 아이들은 지금도 잘 잊히지 않는다. 5년여 만에 복직하긴 했는데, 쉬 적응하지 못해 헤매던 시기였다. 나는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과 어울려 배구와 농구 등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곤 했다. 고은의 ‘열매 몇 개’는 처음 만나는 시였지만, 나는 단박에 이 시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2022. 10.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