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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아파트2

베란다의 고추 농사 베란다의 고추 농사(1) 함부로 ‘농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땅의 농부들에게 저지르는 결례라는 걸 안다. 그러나 마땅히 달리 붙일 말이 없어 마치 도둑질하듯 감히 농사라고 쓰니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난생처음으로 소출을 겨냥하고 땅에다 심은 게 고추였다. 잡풀들의 끈질긴 공세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비록 굵지는 않았지만, 소담스럽게 열매를 달고 햇볕에 빨갛게 익어, 얼치기 농사꾼을 감격게 했던 게 몇 해 전이다. 이후, 어디서건 고추밭을 바라보는 내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되었다. 잘 걸운 밭에 익어가고 있는, 거의 검푸른 빛깔의 무성한 고추 이파리와 길쭉길쭉 실하게 자라고 있는 고추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행복에 겨워하고, 그걸 ‘사랑스럽다’라고 여기는, 농부의 어진 마음의 밑자락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2022. 3. 6.
집·부동산, 그리고 삶 ‘지상의 방 한 칸’… 얼마 전 어떤 후배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의례적 안부를 나누던 이 친구,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내지른다. “선생님, 강남(이 도시에도 한가운데 강이 흐르는데 강 남쪽의 시가지를 서울처럼 ‘강남’이라 부른다.)에 있는, 선생님 소유 땅 말입니다.” “땅? 땅이라니, 무슨 말이야?” “아니 강남에 있는 두 필지 땅이 선생님 소유로 등기되어 있던데요?” “?……, 이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나는 지상에 한 뼘의 땅도 가져 본 적이 없어. 굳이 말하면 15명이 공동소유한 아파트가 서 있는 땅이 있긴 하지만.” 짐작했겠지만, 강남에 나와 동명이인이 소유한 땅이 있었던 모양이다. 웃고 말았지만, 그가 그런 오해를 별 고민 없이 했다는 게 좀 씁쓸했다. 내 나이나 경력이라면 얼마간의.. 2021.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