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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씀바귀2

씀바귀와 고들빼기, 혹은 이마를 맞댄 ‘민초’의 삶 저혼자 자라는 봄꽃, 씀바귀와 고들빼기 아파트 주변에도 봄꽃이 여럿 피어 있다. 심어서 가꾼 꽃들 한편에 저절로 자라 군락을 이룬 꽃, 씀바귀와 고들빼기가 지천이다. 얼른 봐서는 잘 구분도 되지 않을 만큼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서로 닮았다. 둘 다 국화과의 식물인데 우리 민족은 예부터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식용해 왔다. 씀바귀는 이른 봄에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우리 지역에선 씀바귀를 ‘신냉이’라 불렀다. 씀바귀의 줄기나 잎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 즙은 쓴맛이 난다. 씀바귀를 ‘고채(苦菜)’라 부르는 까닭이다. 고채 씀바귀, 그 쓴맛을 깨닫게 한 나이 어릴 적에는 나는 그 쓴맛을 꺼려서 신냉이를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쓴맛이 입맛을 돋우는 묘한 풍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2021. 5. 6.
쑥, 혹은 한 시절의 그리움 쑥을 뜯어 쑥국을 끓이다 처가에 다녀오면서 장모님께서 뜯어 놓으신 쑥을 좀 얻어왔다. 여든이 가까워져 오는 노구를 이끌고 들을 다니셨을 노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 온다. 그나마 여기보단 남쪽이어서 쑥 뜯기도 수월했으리라 하는 게 위안이다. 식탁에 오른 쑥국, 한 시대의 애환 쑥국을 끓여 먹자고 주문했더니 아내는 이튿날 아침에 냉큼 국을 끓여냈다. 아직 여린 쑥 향이 아련하다. 아이들에겐 낯선 향기지만 쑥이나 미나리, 쑥갓 같은 나물이나 채소의 향기는 우리네 세대에겐 한 시대를 환기해 주는 추억이다. 미각은 단순히 맛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그 애환을 기억해 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나는 향신료 따위의 향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채소나 나물이 가진 은은한 향기는 다.. 201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