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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신경림3

신경림 ‘장미에게’ 몇 해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유난히 장미가 흔하다. 가정집 담 너머로 가지를 뻗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파트 화단이나 담장, 길가 가드펜스 등에도 붉은 장미가 흐드러졌다. 늘 그렇듯 기억은 혼란스럽다. 예전부터 있던 걸 이제야 발견한 건지, 근년에 시에서 의도적으로 심은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말이다. 어쨌든 출퇴근길에 풍성하게 핀 장미꽃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이내 장미는 진다. 꽃 진 자리가 정갈한 꽃이 어디 있겠나만 장미의 뒤끝도 그리 깔끔하지 않다. 학교 교사 뒤편의 축대에 핀 장미도 시나브로 지고 있는 참이어서 앙상한 꽃받침만 남았다. 다섯 잎으로 된 꽃받침은 이름 그대로 꽃을 받쳐주고, 꽃술을 보호한다고 한다. 꽃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꽃이 피어 .. 2021. 6. 29.
산에서 산을 보다, 천등산(天燈山) 천년고찰 ‘봉정사’와 ‘개목사’를 품은 안동 천등산 천등산(天燈山) 하면 ‘울고 넘는 박달재’의 천둥산(충북 제천)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천등산은 안동시 서후면에 있다. ‘봉정사(鳳停寺)’를 품은 산이라 하면 훨씬 알아듣기 쉬울 수도 있겠다. 2000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 이 천년 고찰을 찾은 뒤, 이 고즈넉한 산사는 일약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에 알려졌다. 굳이 먼 나라 여왕의 방문이 아니었더라도 천등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 산사는 만만하게 볼 절집은 아니다.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에 불과한 이 조그마한 산사엔 국보 하나(제15호 극락전)와 보물 두 점(제55호 대웅전, 제449호 고금당)이 전한다. 특히 극락전은 그 건축 시기를 1200년대 초까지 올려볼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 2021. 6. 24.
목계나루와 신경림의 ‘목계장터’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남한강 강변의 내륙 포구 목계리 어제 우연히 목계 나루터를 다녀왔다. 원주의 토지문학공원을 거쳐 법천사·거돈사 등 절터를 돌아오던 귀갓길에서였다. 원주도 초행이었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들어간 충주 쪽도 낯설기는 매일반이었다. 오후 내내 날씨는 찌푸린 채였고, 네 시가 넘으면서 비가 찔끔찔끔 뿌려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강변을 끼고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남한강이었던가. 오른쪽으로 제법 큰 다리 하나를 흘낏 스쳐보았다고 느꼈는데, 눈앞에 ‘목계나루터’라 새긴 거대한 돌비가 튀어 들어왔다. ‘목계’라……, 저게 신경림의 시 “목계장터”의 그 ‘목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짐작이 맞았다. 목계(牧溪)는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2020.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