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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수능시험3

파시(罷市), 수능 이후의 학교 풍경 수능 이후의 학교 수능이 끝나고 난 학교는 일종의 파시(罷市) 같다. 반드시 그래서 그렇지는 않을 텐데, 학교는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진 듯한 분위기다. 한 치 오차도 없이 아귀를 맞추어 돌아가던 톱니바퀴의 움직임이 일순 멎어버린 것과도 같은 고즈넉함이 교정에 가득한 것이다. 졸업반 아이들에게 예전의 활기를 찾기는 어렵다. 누가 무어라 한 것도 아닌데도 아이들은 저지레한 아이들처럼 맥을 놓고 있다. 아이들은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한 표정으로 가만가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교정을 조심스레 오가고 있다. 이들의 등교가 늦어지면서 출근길의 교문 주변도 쓸쓸해졌다. 더불어 연일 짙은 안개가 교정에 자욱하다. 성큼 겨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교정의 잎 벗은 나무들 사이로 하나둘 등교하는 졸업반 아이들의 모습도 쓸쓸.. 2021. 11. 30.
만추, 수학능력시험 내 숲길에는 가을이 더디다, 하고 쓴 게 얼마 전이다. 그러나 어느새 가을은 깊숙이 나무와 숲에 당도해 있다. 단풍을 나무랐지만, 솔숲에 알게 모르게 어린 기운은 쇠잔한 가을빛이다. 안개 사이로 길을 재촉하는 여학생이나 원색의 옷을 차려입고 바쁘게 산길을 나아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도 가을은 이미 깊다. 11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이다. 지난 3년 동안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있는 3학년 교실에는 허탈과 비장감이 엇갈린다. 교실 뒷벽마다 후배들의 기원이 담긴 펼침막이 걸려 있다.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마음이야 누군들 같지 않겠는가. “펜이 가는 곳마다 답이 되게 하소서.” 2014. 11. 9. 낮달 일주일이 무섭다. 오늘 아침에 만난 숲길의 단풍이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제.. 2021. 11. 9.
‘야자’ 없는 일주일, 아이들은 즐겁지만 않다 야간자습 없는 일주일 아이들은 요즘 뭔가 허전한 모양이다. 야간자습을 쉰 지 벌써 나흘째다. 이는 순전히, 찬바람이 돌면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신종 플루’ 덕분이다. 2학년에서 유독 환자가 속출하면서 마땅히 방법을 찾지 못한 학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당분간 야자를 쉬기로 한 것이다. 처음 앞반에서 시작된 ‘발열’은 중앙통로를 건너 우리 반까지 왔다. 우리 반은 현재 세 명이 확진, 1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들은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을 마치는 오후 6시면 하교한다. 저녁도 학교 급식소에서 먹고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하던 야간 자율학습 대신 저녁도 먹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최소 일주일간 야자를 쉰다는 발표에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 얼굴이 모처럼 활짝 피었다. 교실을 빠.. 2021.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