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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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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기를 앓다 아닌 봄에 목감기를 앓다 며칠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주에 공연히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면서였다. 알레르기라면 칠팔 년 전인가 한번 술을 마시다가 목덜미와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등을 긁어대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처럼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심하다며 엉덩이 양쪽에다 주사를 놓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젊은 의사는 가타부타 말을 안 하다가 ‘체질이 뭐……’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약은 두 번인가 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감쪽같이 나았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간이 목이 뜨끔했다. 아, 감기가 오는가 해서 나는 잠깐 긴장했다. 지난겨울 내내 한 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아닌 4월에 앓.. 2022. 4. 8.
비와 우산, 그리고 시(詩) 세 편 비 오는 날 읽어보는 시 비는, 혹은 비 오는 날의 이미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극단으로 나뉜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모처럼의 외출이나 손꼽아 기다려온 경사를 망치는 불쾌하고 짜증나는 날씨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쓸쓸하면서도 적당히 기분 좋은 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가 맑고 투명한 햇살을 삼켜버리며 일시에 세상을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로 바꾸어 가긴 하지만, 그것이 연출하는 적요(寂寥)와 우울(멜랑콜리melancholy)을 사랑하는 이도 적지 않다. 비는, 또는 비 오는 날은 잊었던 감상(感傷)과 애상(哀傷)의 정서를 환기하며 그를 그리움과 추억, 슬픔의 시간으로 인도해 주기도 한다. 비는 물이다. 이 빗물이 가진 정화(淨化)의 이미지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하강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증.. 2022.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