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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분꽃3

메밀꽃과 백일홍 학교에 핀 메밀꽃과 백일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해 같이 전입한 같은 과 동료 교사 하나는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수업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교정 곳곳의 일거리를 찾아내어 일하면서 보낸다. 봄 내내 그는 교정에 꽃을 심고 꽃밭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정서 불안’ 탓에 가만히 쉬지 못한다고 농조로 둘러대지만, 그가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의 바지런이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 뼘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으레 그의 발길이 머물렀고 거긴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교사 뒤편 언덕 주변은 그가 가꾸어 놓은 ‘모종밭’이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 2022. 9. 2.
베란다의 꽃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 식으로 표현하면 ‘근화자향(近花者香)’인 셈이다. 지난해에 같이 전입한 동과의 동료 교사는 쉬는 시간 틈틈이 땅을 일구어 온 교정을 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나팔꽃, 분꽃, 옥잠화, 좀무늬비비추, 메리골드……. 무언가 허전하다 싶은 공간마다 수더분하게 자란 꽃으로 교정은 편안하고 밝아 보인다. 게다가 같이 2학년을 맡은 동료 여교사는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 워낙 무심한 위인이어서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2학기 들면서 무심코 바라보았던 화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에 익은 꽃이라곤 채송화뿐이다. 그런데 어럽쇼, 채송화가 이렇게 자태가 아름다운 꽃이었던가. .. 2022. 8. 28.
메밀꽃의 발견 다시 바라보는 메밀꽃, ‘이미지’와 ‘현실’ 사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관련 글 :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유난히 자주 눈에 밟혔는데, 올.. 2021.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