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논 더부살이1 이 땅에서 최초로 재배된 곡물, 피[稷] 이야기 한때는 불량한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 ‘구황작물’로 애용된 피,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 거의 매일 아침 운동 삼아 걸어서 인근 마을을 다녀온다. 집을 나서 10분만 걸으면 만나는 들판 사이로 난 마을 길로 2km쯤 가면, 구미시 부곡동, 가마골에 이른다. 길은 벼가 익어가는 볏논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나는 가마골 어귀에서 돌아서 온다. 아침 운동길에 만나는 벼와 피 겨우내 비어 있었던 논은 써레질을 시작으로 모내기가 이어진 뒤, 나락이 패고 이삭이 나와 천천히 익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 들판이 누렇게 익은 벼로 넘실댈 때 벼 베기가 이루어진 뒤, 볏짚을 저장하여 발효시키는 압축포장 사일리지가 군데군데 나타나면 비로소 벼농사는 끝을 맺는다. 벼가 패고 익어가면서 볏논 여기저기 불청객처럼 드러나.. 2022.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