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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베란다3

베란다에서 ‘곶감’ 만들기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곶감’을 만들 수 있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시골에서 따온 감을 깎아서 베란다 건조대에 건 게 10월 5일이다. 그리고 옹근 3주가 지났다. 4주에서 한 달 정도면 곶감이 완성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떤 것은 지나치게 말랐고, 어떤 건 아직이다. 어차피 상품 만드는 게 아니니 적당한 때에 따서 먹으라고 아내는 이야기한다. [관련 글 : 감 이야기(2) - 이른 곶감을 깎아 베란다에 걸다] 껍질을 벗겨 말린 감으로 ‘건시(乾枾)’라고 하는 곶감은 제사의 제물로 올리는 세 가지 과일인 ‘삼실과(三實果)’의 하나다. 전통적으로 제사에 올리는 삼실과는 대추와 밤, 그리고 감인데 감은 보통 홍시 또는 곶감으로 올린다. 여.. 2022. 10. 26.
베란다의 고추 농사 베란다의 고추 농사(1) 함부로 ‘농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땅의 농부들에게 저지르는 결례라는 걸 안다. 그러나 마땅히 달리 붙일 말이 없어 마치 도둑질하듯 감히 농사라고 쓰니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난생처음으로 소출을 겨냥하고 땅에다 심은 게 고추였다. 잡풀들의 끈질긴 공세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비록 굵지는 않았지만, 소담스럽게 열매를 달고 햇볕에 빨갛게 익어, 얼치기 농사꾼을 감격게 했던 게 몇 해 전이다. 이후, 어디서건 고추밭을 바라보는 내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되었다. 잘 걸운 밭에 익어가고 있는, 거의 검푸른 빛깔의 무성한 고추 이파리와 길쭉길쭉 실하게 자라고 있는 고추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행복에 겨워하고, 그걸 ‘사랑스럽다’라고 여기는, 농부의 어진 마음의 밑자락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2022. 3. 6.
초농기(初農記), 첫 농사의 기록 학교 한귀퉁이의 텃밭에 지은 첫 농사 올봄에 학교 가녘에 있는 밭의, 한 세 이랑쯤의 땅을 분양받았었습니다. 물론 이 분양은 소유권이 아닌 경작권에 대한 것입니다. 분양을 받고서 한동안은 엄두가 나지 않아 버려두었다가 가족들과 함께 일구고, 비닐을 깔고, 고추와 가지, 그리고 상추 등속을 심었지요. 이게 제대로 자라기나 할까,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채. 그러나, 씨앗들은 주인의 의구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릇파릇 움을 틔워 새잎으로 자라났습니다. 의심 많은 임자는 그제야 새잎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주는 기쁨에 조금은 우쭐대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수업이 빌 때마다 거기 들러 그 녀석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 주는 보람은 남달랐지요. 농촌에서 나고 자랐지만, 따로 농사짓기의 경험이 없.. 2019.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