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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바랭이2

텃밭을 걷으며 버려진 밭에서 자란 마지막 열매를 거두다 텃밭 이야기를 한 게 지난 7월 초순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간신히 밭을 가꾸어 가면서도 그 손바닥만 한 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찌 고추나 가지 열매에 그치겠냐고 방정깨나 떨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가 보았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움직이는 게 힘겹던 시기여서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보름쯤 뒤에 들렀더니 텃밭 작물들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고추도 가지도 바짝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으므로 아내는 탈기를 했다.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내던져 뒀는데 무슨 농사가 되겠우? 올핸 글렀으니 내년에 어째 보든지…….” 물 구경을 못 한 고추는 자라다 만데다 병충해까지 꾀었다. 익은 것과 성한 것들만 따서 거두어 .. 2021. 9. 27.
[2008] 고추밭, 그 후 얼마 만인가, 그저께 아내와 함께 고추밭을 다녀왔다.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고추밭은 좀 그랬다. 동료가 심은 두 이랑은 반 넘게 시들었는데, 그나마 우리가 가꾼 이랑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밭에 대왕참나무를 심은 동료에게서 얻은 모종이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우리가 시장에서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은 키는 작지만 비교적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먼저 심었던 고추 모종은 웃자라 줄기도 잎도 부실한 상태에서 꽃이 피면서 자기 성장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포기는 고추 열매를 맺었다.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린 나이에 배가 부른 소녀를 보는 것처럼 안쓰러웠다. 고추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땅인데도 고랑마다 이어지고 있는 바랭이의 기습은 .. 2020.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