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경계1 ‘무관심’, 혹은 ‘살인과 배신’ 부르노 야센스키(Bruno Yasenskii), ‘살인과 배신보다 무관심’을 경계 1988년, 학교를 옮기고 500만 원짜리 전셋집, 재래식의 '부엌이 깊은 집'에 들었다. 방은 두 칸.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데리고 잤는데, 삐딱한 사다리꼴의 작은방에 내 서재를 꾸몄다. 말이 서재지, 제재소에서 켜 온 합판을 구운 적벽돌로 받쳐놓은 간이 책장이 전부인 초라한 공간이었다. 오래 써 온 크로바 타자기를 그 즈음 막 나온 라이카 전자타자기로 바꾼 때였다. 헝겊 리본이 아닌, 교체할 수 있는 고급 리본으로 인자(印字)되는 선명한 글꼴이 아름다웠고, 한 줄 입력이 끝나면, 자동으로 줄이 바뀌면서 나는 묵직한 기계음이 새로운 물건을 쓰는 즐거움을 새록새록 환기해 주곤 했다. 위의 글은 그때 그 타자로 쳐서 내 보르.. 2019. 1.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