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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목련3

‘잎’의 계절, ‘조역’에서 ‘주역’으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아침에 산책길에 나서면서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떨구고, 시원스럽게 푸르러지고 있는 백목련 잎사귀를 보면서 문득 나는 중얼거렸다. 아, 이제 ‘잎의 계절’이로구나. 그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온 조어(造語)였다. 3월에서 4월 초순까지가 난만한 ‘꽃의 계절’이라면 찔레꽃과 장미가 피는 5월까지의 시기는 말하자면 ‘잎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른 봄을 수놓는 꽃들은 대체로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자리에서 잎이 돋는다. 봄의 전령 매화가 그렇고, 생강나무꽃과 산수유, 진달래와 개나리, 살구꽃, 벚꽃, 복사꽃이 그렇다. 식물 대부분은 잎을 내고 난 다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한살이를 .. 2023. 4. 22.
아직 멀리 있는 ‘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오늘이 입춘이니 봄은 지척에 와 있다. 예년과 달리 올겨울이 유난히 길다고 느끼는 까닭은 추위가 꽤 오래 이어져서인 듯하다. 하마나 하고 기다리지만, 영하의 수은주 눈금은 오르는 듯하다 다시 꼴깍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게다가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 을씨년스러워졌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봉산 아래의 우리 동네는 겨울의 칼바람이 유명하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필로티 구조인 아파트 1층으로 몰아치면 절로 정신이 번쩍 든다. 그건 한여름의 선선함으로 상쇄하기 어려울 만큼 매섭다. 그러나 나는 우리 동네의 겨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추운 동네여서 꽃소식도 좀 늦다. 시내에는 .. 2023. 2. 4.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 2020.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