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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메밀꽃3

메밀꽃과 백일홍 학교에 핀 메밀꽃과 백일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해 같이 전입한 같은 과 동료 교사 하나는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수업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교정 곳곳의 일거리를 찾아내어 일하면서 보낸다. 봄 내내 그는 교정에 꽃을 심고 꽃밭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정서 불안’ 탓에 가만히 쉬지 못한다고 농조로 둘러대지만, 그가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의 바지런이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 뼘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으레 그의 발길이 머물렀고 거긴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교사 뒤편 언덕 주변은 그가 가꾸어 놓은 ‘모종밭’이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 2022. 9. 2.
메밀꽃의 발견 다시 바라보는 메밀꽃, ‘이미지’와 ‘현실’ 사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관련 글 :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유난히 자주 눈에 밟혔는데, 올.. 2021. 9. 3.
[사진] 탑과 메밀밭 메밀꽃 속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5층전탑 탑은 이 땅에선 서원(誓願)이었다.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는 무지렁이 백성에 이르기까지 사직의 안위와 일가의 안녕을 꿈꾸는 '서원의 대상'이었다. 부처님 나라[불국(佛國)]를 꿈꾸었던 왕국의 역사, 탑들이 견뎌낸 천 년의 침묵이 안고 있는 것은 그러한 서원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탑은 이미 그 고유의 기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 탑에다 서원을 올리긴 하지만 이미 탑은 잊힌 구조물이 되었다. 한때, 탑은 사부대중들의 서원을 오롯이 품은 거룩한 건축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벌판에 선 옹색하고 휑뎅그렁한 ‘돌(벽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있는 보물 제57호 조탑리 5층 전탑도 마찬가지다. 조탑리(오죽하면 탑을 지.. 201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