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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메밀 농사2

메밀꽃의 발견 다시 바라보는 메밀꽃, ‘이미지’와 ‘현실’ 사이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관련 글 :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유난히 자주 눈에 밟혔는데, 올.. 2021. 9. 3.
그 메밀꽃은 ‘진짜 메밀꽃’은 아니었다 [여행] 메밀꽃과 봉평, 그리고 이효석 삼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서 평창은 뉴스의 중심지로 떠오르긴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평창을 잘 모른다. 정작 대관령을 알아도, 거기 있다는 양떼목장 이야기는 들어도, 문수 신앙의 영산 오대산과 월정사, 상원사 동종 얘기는 나누면서도 거기가 ‘평창군’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대신 사람들은 이효석과 메밀꽃으로 평창을 기억해 낸다. 대관령을 낀 지역이 대관령면, 오대산국립공원과 유서 깊은 절집을 끼고 있는 동네가 진부면이라는 건 잘 모르지만 더러는 ‘봉평’과 ‘대화’를 마치 오래된 추억의 장소처럼 기억해 낸다. ‘메밀꽃 필 무렵’의 아주 익숙한 로맨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교과서에서 배우거나 책에서 읽은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 2019.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