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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릴케3

초가을 풍경, 릴케의 ‘가을날’ 릴케의 시 ‘가을날’의 초가을 풍경 서둘러 계절이 바뀌고 있는데도 우리는 무심하게 그걸 바라보고만 있다. 가을이 오고 있다. 일주일 후면 한가위인데도 고단한 삶이 서툰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일교차가 크다고는 하나 한낮의 수업도 그리 힘들지 않다. 열어놓은 출입문과 창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의 손길은 부드럽고 살갑다. 그러나 여전히 창밖의 햇볕은 따갑다. 여름내 타오르던 정염(情炎)은 시방 마지막 갈무리를 위하여 자신을 태우고 있는가. 익어가는 것들을 위한 ‘남국의 햇볕’을 노래한 릴케의 시구를 떠올리면서 아이들에게 이 뜨거운 햇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늦여름, 초가을의 햇볕은 모든 작물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높은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이 풍작을 예비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햇볕은.. 2021. 9. 7.
장미, 장미, 장미 올해가 유난히 장미가 더 많이 피었다는 통계가 있을 리 없다. 곳곳에서 찔레꽃 구경이 어지럽던 어느 날부터 만개한 장미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목마다 빨갛게 장미가 불타고 있었다. 피처럼 붉던 그 꽃잎들은 이제 바야흐로 시들기 시작한 듯하다. 어느 해에는 유난히 접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어느 해인가는 찔레꽃이 지천이었다. 유난히 그 해에만 그 꽃을 더 많이 심었을 리는 없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유난스러운 것뿐이다. 어느 해는 접시꽃이, 어느 해는 찔레꽃이 유난스레 눈에 들어와 박혔을 뿐이다. 사진기를 들고 출근길 곳곳에 흐드러진 장미를 찍었다. 가정집 담 밖으로 늘어진 놈, 대문간 위를 빨갛게 물들인 놈, 찻길 옆의 언덕을 뒤덮은 놈, 언덕바지 축대에 늘어져 붉은 신호등과 .. 2021. 6. 11.
10월, 화초 기르기 ‘입문(?)기’ 화초 기르기에 입문하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며 ‘근화자향(近花者香)’ 운운한 게 지난 8월 말께다. 올해 학년을 같이 맡은 동료 여교사가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는 얘기도 곁들였었다. 그저 꽃을 기르는 취미가 있나 보다, 하고 심상하게 바라보기만 했는데 웬걸, 이 이는 ‘화초 기르기’의 고수다. 추석을 쇠고서는 내게 멋진 화분에 든 고무나무를 분양해 주더니, 며칠 전에는 제라늄 한 포기를 건네주었다. 집에다 가져갔더니 아내와 딸애가 반색했다. 고무나무도 그렇고 제라늄도 처음이다. 고무나무는 두껍고 윤이 나는 대여섯 장의 잎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무게감이 마음에 찬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화초가 주는 묘미는 그 단.. 2020.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