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모1 평생 꺼려 쓰지 않던 모자, ‘방한모’를 마련하다 세월, 마침내 ‘방한모’를 마련하다 모자 쓰기를 탐탁잖게 여긴 건 어릴 적부터다. 아마, 모자를 쓴 제 모습이 낯설고 생뚱맞아 보여서였을 것이다. 외진 시골이어서 모자래야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쓰는 운동모가 다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자를 꺼린 이유 가운데에는 여느 사람과 비겨 큰 머리도 한몫했다. 다행히 ‘대갈장군’이나, ‘대두’니 하는 별명을 얻을 만큼은 아니었다. 도회의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교복과 교모를 갖추어 입어야 했다. 저학년일 때는 무심히 모자를 썼는데, 3학년이 되자 모자가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고교에 진학한 뒤엔 모자를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교문에 들어서면서 꺼내 쓰곤 했다. 어쨌거나 제 모습에 민감했던 사춘기였으니 더 말할 게 없다. 학생모에서 군모까지, 모자를 피.. 2022. 12.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