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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도토리묵2

[눈요기] 도토리묵 별식 좀 들어 보시려오? ‘꿀밤(도토리)묵’ 별식 지난번에 주워 온 꿀밤으로 묵을 쑤었다. 물론 내가 아니고 아내가 했다. 나는 딸애와 함께 껍질을 까는 걸 조금 거들었을 뿐이다. 나는 밤 깎는 가위와 니퍼까지 동원해서 도토리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한 이틀쯤 지나자, 아내가 썩 훌륭하게 묵이 완성되었다면서 네모난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묵을 보여주었다. 어라, 그런데 그 묵의 빛깔이 예전에 보던 게 아니었다. 나는 예전처럼 짙은 암갈색의 묵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아내가 쑨 묵은 밝은 갈색이었던 것이다. 머리를 갸웃하는 내 궁금증을 아내가 분질러 놓았다. “빛깔이 왜 이래?” “왜 그렇긴……. 껍질 깠잖아요.” “???” 아내의 설명은 심드렁하다. 대체로 도토리묵을 쑤면서 껍질을 까지 않고 껍질째로 간다. 어차피 거르는 과정을 거치.. 2021. 10. 21.
‘도토리’ 노략질 이야기 수업 없는 시간에 뒷산 기슭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를 찍었다. 후배가 ‘백구자쑥’이라고 한 그 쑥부쟁이다. 보랏빛 쑥부쟁이를 찍었으니 남은 건 흰빛의 구절초[백구(白九)]다. 산이 깊지 않아서일까. 뒷산에는 구절초가 눈에 띄지 않는다. 동료로부터 어느 골짜기에 가면 구절초가 두어 포기 피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는 못한다. 그게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처에 다른 쑥부쟁이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길도 없는 숲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쑥부쟁이를 찾다가 내가 찾은 건 숲에 소복이 떨어진 도토리였다. 꿀밤! 국어사전에서야 ‘도토리’라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 그것은 ‘꿀밤’이다. 간밤에 분 바람 탓일까. 제법 굵직한 크기의 도토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가으내.. 2021.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