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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도서관3

나는 매일 ‘건넌방’으로 출근한다 ‘퇴직의 일상’을 견디는 법 처음으로,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1일, 지역 시민단체를 따라간 답사의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문득 내일 출근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나는 마주 앉은 후배 교사에게 으스댔다. 내일 출근해야지? 난 안 해도 된다네. 3월 한 달쯤은 그런 기분이 쏠쏠했다. 일요일에 무리하더라도 월요일 출근을 염려할 일이 없었고, 주중에 과음해도 다음 날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먼 길을 떠나면서도 시간을 다투지 않아도 되었다. 그게 ‘은퇴자의 여유’였던 것이다. 느슨해지는 ‘시간의 경계’ 그런데 시간이 많다는 것과 시간을 제대로 쓸 줄 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간 여유가 있다는 게 시간관념을 느슨하게 하는 건 .. 2022. 5. 9.
동네 도서관에 등록하다 동네 도서관에 등록해 대출증을 만들다 퇴직하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물론 그 반응은 순전히 지인에 대한 염려와 선의의 표현이다. 거기엔 정년이 남았는데 굳이 서둘러 나갈 이유가 있는가, 나가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걱정이 은근히 담겨 있다. “무슨 일을 할 건데?” “무슨 다른 계획이 있는가?” “엔간하면 정년까지 가지, 왜 나가려는가?” 내 대답도 정해져 있다. 충분히 있음 직한 질문이고 그게 염려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서운한 느낌이 있다. 나는 속으론 부아를 낸다. 아이들하고 씨름하면서 50분 수업을 하루에 네댓 시간씩 하는 게 얼마만 한 중노동인지 알기나 해? “할 일은 쌨어. 돈이 모자라는 게 문제지, 노는 건 석 달 열흘도 쉬지 않고 놀.. 2022. 3. 9.
‘자유인’으로 첫발 내딛기 퇴직, 자유인으로 출발 어쨌든 2월 한 달은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과는 무관하게 하는 일마다 두서가 없어서 몸과 마음이 두루 어정쩡하고 애매했다. 딱 부러지게 어떻다고 하지도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지도 못하는 요령부득의 시간이 속절없었다. 3월이 눈앞에 다가오자, 나는 새날을 맞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마지막 일요일 오후엔 머리를 깎았고 다음날 아침엔 공중목욕탕을 다녀왔다. 해마다 새 학년도를 앞두고 만날 아이들을 그리면서 준비하던 일상을 나는 자유인으로 맞이할 날에 고스란히 되풀이한 것이다. 금오산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마지막 토요일엔 금오산 어귀를 찾았다. 얼음 사이에서 봄을 부르는 꽃, 흔히들 복수초(福壽草)라 부르는 얼음새꽃을 찾아서였다. 이 꽃을 검색하다가 경북.. 2021.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