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대통령3

‘당선자(者)’와 ‘당선인(人)’, 혹은 ‘무례’와 ‘예의’ 사이 대통령 선거 당선 후보는 ‘당선자(者)’인가, ‘당선인(人)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이를 우리 언론에서는 ‘당선인’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기타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은 ‘당선자’인데도 대통령선거 당선자만 ‘당선인’으로 부른다. 언론 가운데선 만이 ‘당선자’라고 불러 다른 선출직의 호칭과 같이 쓰는 게 예외일 뿐이다. 주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립국어원도 두 용어를 섞어 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당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이 권력을 부여한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놈 자(者)’ 자 쓴 ‘당선자’ 대신 ‘당선인’ 원한 이명박 인수위 무.. 2022. 4. 12.
언어의 민주화, 역시 “국민이 ‘갑’이다” ‘국민 앞에 대통령을 표현할 때는 대통령을 낮추는 게 맞는 어법’ 언어 예절을 중시하는 우리말에서는 존비법(尊卑法), 높임과 낮춤의 어법이 발달했다. 거기다 ‘압존법(壓尊法)’도 있다. 압존법은 문장의 주체가 화자보다는 높지만, 청자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이다. 예컨대 할아버지(청자)에게 아버지(문장 주체)를 이를 때 아버지를 높일 수 없는 것이다. (1)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어요.(○) (2)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아직 안 오셨어요.(×) 가정에서는 압존법을 지키는 것이 전통 예절이지만 현재는 가정에서의 압존법도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다.[국립국어원, ‘표준화법 해설’(1992)]. (1)처럼 말해야 하는데 (2)처럼 말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 2021. 6. 26.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와 근대 버리지 못하는 왕조 시대의 언어들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강제 병합되면서 봉건왕조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이 난만한 민주주의 시대에도 왕조시대의 수직적 질서와 관련된 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시절의 권위적 언어가 남은 것은 20세기의 100년으로도 완고한 봉건적 질서를 넘기가 간단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들 뜬금없이 ‘봉건’을 얘기하는 것은 한가위를 앞두고 대통령이 군 장병에게 특별휴가와 간식을 주기로 하면서 쓴 ‘하사(下賜)’란 표현으로 인한 논란 때문이다. 굳이 국어사전을 펴보지 않아도 ‘하사’가 왕조시대의 언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으로 풀이된 하사의 ‘사(賜)’는 ‘주다’의 뜻이긴 하다. 그러나.. 202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