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낮잠2

나는 매일 ‘건넌방’으로 출근한다 ‘퇴직의 일상’을 견디는 법 처음으로,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1일, 지역 시민단체를 따라간 답사의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문득 내일 출근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나는 마주 앉은 후배 교사에게 으스댔다. 내일 출근해야지? 난 안 해도 된다네. 3월 한 달쯤은 그런 기분이 쏠쏠했다. 일요일에 무리하더라도 월요일 출근을 염려할 일이 없었고, 주중에 과음해도 다음 날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먼 길을 떠나면서도 시간을 다투지 않아도 되었다. 그게 ‘은퇴자의 여유’였던 것이다. 느슨해지는 ‘시간의 경계’ 그런데 시간이 많다는 것과 시간을 제대로 쓸 줄 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간 여유가 있다는 게 시간관념을 느슨하게 하는 건 .. 2022. 5. 9.
‘잠’을 생각한다 초저녁잠, 노화의 증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게 노화의 증거라고 여기게 되기 때문인지 저도 몰래 그 기산점을 늦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넉넉잡아 쉰을 넘기면서부터라고 해 두자. 어느 날부터 초저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밤 9시를 전후해 쏟아지는 잠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은. 어느 날 찾아온 ‘초저녁잠’ 천하에 없는 드라마라도 혹은 영화나 소설을 보거나 읽고 있더라도 갑자기 엄습해 오는 잠 앞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렇게 고꾸라지면 두어 시간을 죽은 듯 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실컷 잤다 싶어서 깨어나면 자정 무렵이다. 밤이 길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 마치 꿈결처럼 다가온다. 전전반측, 옛 국어 교과서에나 나올 만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쯤은 기본이고, 운수 사나우.. 2020.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