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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김주영2

동네 도서관에 등록하다 동네 도서관에 등록해 대출증을 만들다 퇴직하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물론 그 반응은 순전히 지인에 대한 염려와 선의의 표현이다. 거기엔 정년이 남았는데 굳이 서둘러 나갈 이유가 있는가, 나가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걱정이 은근히 담겨 있다. “무슨 일을 할 건데?” “무슨 다른 계획이 있는가?” “엔간하면 정년까지 가지, 왜 나가려는가?” 내 대답도 정해져 있다. 충분히 있음 직한 질문이고 그게 염려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서운한 느낌이 있다. 나는 속으론 부아를 낸다. 아이들하고 씨름하면서 50분 수업을 하루에 네댓 시간씩 하는 게 얼마만 한 중노동인지 알기나 해? “할 일은 쌨어. 돈이 모자라는 게 문제지, 노는 건 석 달 열흘도 쉬지 않고 놀.. 2022. 3. 9.
패랭이, 그 꽃과 갓 한때 내가 좋아한 그 꽃 ,패랭이 교정에 패랭이꽃이 핀 지 한참 되었다. 요즘 꽃은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긴 하지만, 이는 바지런한 동료 교사가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다. 가파른 오르막인 학교 진입로로 오르면 만나는 언덕 비탈에 오종종하게 패랭이꽃이 피었다. 보통 ‘오종종하다’라고 하면 좀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패랭이꽃 무더기는 그렇지 않다. 꽃잎도 작은데다 키도 한 30cm 정도에 지나지 않은데도 패랭이꽃이 오종종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마치 대나무처럼 마디가 달린 가지 덕분인 듯하다. 잎은 마주 달리는데 대나무 잎과 비슷하다. 달리 ‘석죽(石竹)’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패랭이꽃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분포하며 낮은 지대의 건조한 곳이나 냇가 모래땅에서 자란다. 청소년기의 한때, .. 2021.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