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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금오산4

금오산의 가을, 단풍 풍경 경북 환경연수원 부근에 머무는 가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미에 옮겨온 지 10년째지만, 나는 여전히 금오산에 오르지 못했다. 어쩌면 ‘오르지 않았다’라고 쓰는 게 훨씬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금오산 제1폭포 아래까지는 오른 적이 있었다. 기억도 희미한데,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외지를 떠돌다가 2012년에 구미에 들어왔다. 구미 산 지 10년, 아직도 금오산에 오르지 못했다 칠곡은 지척이니 누구는 고향에 돌아온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구미를 고향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적어도 유년 시절의 기억이 남은 공간이 아니라면, 거기를 고향이라 할 수 없다. 내 고향은 지금은 인구 2만을 넘겨 읍으로 승격하면서 옛 모습을 .. 2022. 11. 7.
2022년 가을 풍경(2) 10월에서 11월, 겨울로 가는…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12달을 계절별로 나누면 가을에 해당하는 달은 9, 10, 11월이다. 9월은 가을의 어귀, 흔히들 ‘초추(初秋)’라고 쓰는 초가을이고, 10월은 ‘한가을’, ‘성추(盛秋)’다(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의미상으론 ‘중추(仲秋)’라고 하면 적당할 듯하지만, 그건 ‘음력 8월’을 뜻하는 말(추석이 중추절)이어서 여기 붙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11월은 당연히 ‘늦가을’, ‘만추(晩秋)’다. 그러나 11월은 입동(立冬, 11월 7일)과 소설(小雪, 11월 22일)을 든 달이어서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의 초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고 보면 10월 말부터 만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2022. 10. 31.
목감기를 앓다 아닌 봄에 목감기를 앓다 며칠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주에 공연히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면서였다. 알레르기라면 칠팔 년 전인가 한번 술을 마시다가 목덜미와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등을 긁어대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처럼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심하다며 엉덩이 양쪽에다 주사를 놓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젊은 의사는 가타부타 말을 안 하다가 ‘체질이 뭐……’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약은 두 번인가 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감쪽같이 나았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간이 목이 뜨끔했다. 아, 감기가 오는가 해서 나는 잠깐 긴장했다. 지난겨울 내내 한 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아닌 4월에 앓.. 2022. 4. 8.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야은(冶隱) 길재(吉再)와 구미 금오산 채미정(採薇亭) 구미에 들어와 산 지 어느새 4년째다. 선산 골짝을 골골샅샅 훑는 데만 족히 서너 해가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왔건만, 골골샅샅은커녕 아직 금오산에도 오르지 못했다. 블로그의 ‘선산 톺아보기’에 쓴 글도 8편이 고작이니 ‘개점휴업’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금오산 어귀의 채미정(採薇亭)을 지날 때마다 자신의 게으름을 돌이켜보곤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善山)에 있다.”()고 할 때 그 인맥의 출발점이 곧 야은(冶隱) 길재(吉再, 1353~1419)이기 때문이다. 야은은 목은(牧隱) 이색(1328~1396), 포은(圃隱) 정몽주(1338~1392)와 함께 여말 삼은(三隱)으로 불리는 이다.(.. 2019.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