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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추밭4

[2017 텃밭 일기 4] 탄저가 와도 ‘익을 것은 익는다’ 지난 일기에서 밝혔듯 장마 전에 찾아온 불청객, 탄저(炭疽)를 막아보겠다고 우리 내외는 꽤 가상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 내키진 않았지만 나는 아내의 성화에 식초 희석액을 여러 차례 뿌렸다. 내가 좀 뜨악해하는 눈치를 보이자 아내가 직접 분무기를 메고 약을 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관련 글 : 진딧물 가고 탄저 오다] 아내가 일이 있어 두 번쯤은 나 혼자서 텃밭을 다녀왔다. 지지난 주에 시간 반쯤 걸려 익은 고추를 따는데 탄저로 흉하게 말라 죽고 있는 고추를 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두 주쯤 먼저 가꾼 묵은 밭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여서 다음번에 들를 때는 밭을 갈아엎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탄저는 ‘자낭균류에 의해 일어나는 식물의 병’()이다. ‘탄저.. 2021. 8. 29.
[2021 텃밭 농사 ③] 텃밭 농사도 ‘심은 대로 거두기’는 매일반 1. 풀매기(6월 5일) 지지대를 세워준 게 5월 26일, 열흘 만에 텃밭에 들르니 고랑마다 돋아난 풀이 말이 아니다. 일찍이 첫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나는 텃밭 일이 풀과의 씨름이라는 걸 알았다. [관련 글 : 초농기(初農記), 첫 농사의 기록] 며칠만 한눈을 팔면 풀은 마치 임자의 게으름을 비웃듯 밭고랑을 잠식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랭이 등 잡풀들의 공세에 기가 질리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새록새록 나날이 짙어지는 잡풀의 기습을 불가항력이라고 느낀다면 ‘폴과의 공존’을 선택해도 좋다. 요즘 농사꾼 가운데서는 굳이 고랑의 풀을 뽑지 않고 버려두는 경우도 흔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내는 곧이곧대로 농사일을 곁눈질하며 자란 사람이라, 풀과의 공존 따위를 입 밖에 낼 수 없다. 부지런히 틈만 있으면 놈들을 .. 2021. 7. 5.
[2021 텃밭 농사 ②] 거름 주고, 곁순 따주고…, 밭주인의 몫 1. 거름주기(5월 13일) 5월 13일에 밭에 거름을 주었으니, 모종한 지 꼭 보름 만이다. 시비(施肥)는 전적으로 아내가 판단하고 시행한다. 아내는 틈만 나면, 농사짓기 유튜브를 열심히 읽는데, 그게 농사짓는 데 얼마간은 도움이 된다고 보는 모양이다. 내가 건성으로 아내의 말을 듣고 마는 것은 그게 유튜버마다 조금씩 처방을 달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농사 일정을 따르는 거야 대동소이하지만, 병충해 방제나 작물 재배법은 저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처방이 달랐다. 고추 하나만 해도 얼마나 많은 종류의 병충해가 있는가, 진딧물과 총채벌레부터 시작하여 무름병, 탄저 등등 병충해는 수도 없는데, 이걸 잡는 비방은 저마다 다른 것이다. 글쎄, 잘은 몰라도 농사 유튜버 가운데 전문 농사꾼이 얼마나 될.. 2021. 6. 30.
[2008] 고추밭, 그 후 얼마 만인가, 그저께 아내와 함께 고추밭을 다녀왔다.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고추밭은 좀 그랬다. 동료가 심은 두 이랑은 반 넘게 시들었는데, 그나마 우리가 가꾼 이랑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밭에 대왕참나무를 심은 동료에게서 얻은 모종이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우리가 시장에서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은 키는 작지만 비교적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먼저 심었던 고추 모종은 웃자라 줄기도 잎도 부실한 상태에서 꽃이 피면서 자기 성장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포기는 고추 열매를 맺었다.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린 나이에 배가 부른 소녀를 보는 것처럼 안쓰러웠다. 고추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땅인데도 고랑마다 이어지고 있는 바랭이의 기습은 .. 2020.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