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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경상도2

경상도에선 ‘욕보시게’도 인사다 ‘공감’의 관계학 ‘욕보시게’ 경상도 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게 몹시 투박하고 거칠다는 점이다. 그것은 선의나 긍정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 시트콤에서도 소개된 ‘문디(문둥이)’라는 표현은 그 좋은 예다. 지금은 ‘한센병’, ‘한센인’으로 순화되었지만 ‘문디’는 천형으로까지 불리었던 무서운 병이었다. 당연히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금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경상도 사람들은 그 말을 쉬 입에 올린다. 그 말은 대상에 대한 미움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예도 있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 경상도 말의 ‘문디’ 무관한 사이에서 상대방이 다소 얄미운 말이나 행동을 한다. 그런데도 그게 그리 싫지.. 2021. 12. 26.
[한글 이야기] 젺어 보기, ‘고장 말’의 정겨움 ‘겪다’를 ‘젺다’로 쓰는 경상도 말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서 군대 생활 빼고는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당연히 경상도 고장 말에 인이 박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수업 때 쓰는 ‘말’을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초임 시절엔 딴에는 표준말을 쓴다고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억양이야 타고난 지역의 그것을 버리기 어렵지만, 일단 어휘는 공인된 표준말을 썼다. 자주 ‘ㅓ’와 ‘ㅡ’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서 뜻한 바는 얼마간 이루었다. 강원도에서 전학 온 아이가 다른 교사들의 수업은 잘 알아듣지를 못하지만 내 수업은 힘들이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표준말 정책이 고장 말을 열등한 존재로 밀어냈다 경력이 늘고, 나이가 들면서 수업 언어로 굳이 ‘표준말.. 201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