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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김천시 남면, 오봉저수지의 봄

by 낮달2018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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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 주변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 오봉저수지의 데크 산책길. 버드나무의 연록빛이 아련하게 봄을 환기한다.
▲ 아직 풍경은 무채색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아련한 빛깔이 오히려 봄을 두드러지게 느끼게 해 준다.

구미에서 금오산 자락을 넘으면 김천시 남면이다. 오른쪽으로 한 십여 분 달리면 남면 오봉리 오봉(梧鳳) 저수지에 닿는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79년에 공사에 들어가 10년 만인 1989년에 완공한 오봉저수지는 규모는 유역 면적 14.60㎢, 만수 면적 43만 7400㎡이니 꽤 큰 인공호수다.

 

김천시는 2017년 11월 오봉저수지 주변을 묶어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을 완공했다. 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테마공원 사업에 선정돼 2013년부터 100억 원을 들여 만든 시민 휴식·레저공간이다. 자연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수변 테라스, 수중 정자, 저수지 데크 로드 등과 원두막, 주차장,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저수지 상류에는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고 주변 임야에 모험 공간을 만들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저수지와 숲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봉저수지는 2000년 9월에 수상 스키 연습장으로 허가를 받아 여름철에는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발길도 이어진다고 했다.

▲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다. 벚나무 꽃망울 사이로 보이는 호수 저편의 풍경이 아련하다.

저수지를 빙 둘러 데크로 둘레길을 만들었고, 호수 중간쯤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데크 길을 조성하고 거기에 정자도 하나 세워놓았다. 기다란 형태의 저수지는 북쪽으로는 벚나무 가로수가 조성된 도로고, 반대편 저수지 건너에는 김천의 명산이라는 운남산(382.5m)이 붙어 있다.

 

인근에는 꽤 유명하여 연간 1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승지인데 나는 어쩌다 보니 이곳을 처음 찾은 게 지난해다. 김천시 남면, 농소면 일원에 조성된 혁신도시(드림밸리) 근처인 데다가 인구 40만이 넘는 구미가 가까워서 지역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데 나는 그런 기미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

 

3월의 마지막 날, 답답하다며 바람을 쐬러 나섰는데, 아내가 오봉저수지로 가보자 하여 금오산을 넘었다. 이제 구미에는 벚꽃이 시나브로 피어나고 있다. 성급한 놈은 이미 피었고, 일조량에 따른 것인 듯 도시 곳곳의 벚나무 가로수의 개화 정도는 제각각이다.

▲ 저수지 남쪽에 붙은 운남산 등성이에 이제 막 진달래가 피고 있다. 진달래는 데크 아래 물가에도 피었다.

물가여서인지 저수지를 따라 이어진 길가의 데크 길의 벚나무 가로수도 이제 겨우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바람이 선선했고, 우리는 천천히 도로 쪽 데크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무채색의 풍경에 점점이 연둣빛 색조가 물들기 시작하는 호수 주변은 아련했다.

 

저수지를 양분하고 있는 오봉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길, 오른쪽 운남산 등성이에는 진달래가 피어나고 있었다. 낙엽과 마른 풀 사이에서 간신히 꽃망울을 맺은 놈과 활짝 핀 녀석이 한데 어우러진 꽃 덤불이 얼마간 쓸쓸했다. 진달래는 데크 길 아래 물가에도 산수유와 함께 피고 있었다.

▲ 저수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데크길 중앙에 정자 한 채가 있다.
▲ 이제 막 새 잎을 틔우는 버드나무 가지 끝에 꽃이 자라고 있다.

데크 길의 끝은 오토캠핑장이다. 아내와 언제 도시락을 마련해 와서 캠핑장의 식탁에서 먹자고 약조를 한다. 그런데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시장하다. 국수를 먹나, 어쩌나 하다가 아포읍에서 메기매운탕으로 점심을 과하게 먹었다.

 

 

2022. 4. 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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