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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희망8

㉔ ‘큰 추위’ 대한(大寒), 그해 대한은 봄을 기다리기엔 벅찼다 겨울과 24절기의 마지막 절기 ‘대한(大寒)’ 오는 20일(2024년도 같음)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은 이다. 태양의 황경이 300°가 될 때로 보통 동지가 지난 한 달 후 또는 소한이 지난 반 달 후에 온다. 중국의 경우로 치면 겨울의 매듭을 짓는 절후(節侯)로 추위의 절정기지만 우리나라에선 소한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한 얼음이 녹’을 정도로 따뜻한 경우가 많다. 대한의 마지막 날이자 입춘(立春) 전날(올해는 2월 3일)이 ‘절분(節分)’인데 이는 ‘철(계절)의 마지막’이란 뜻이다. 실제 정월 초하루가 되려면 일주일이 남았지만, 입춘은 정월절(正月節)의 시작일이므로, 이날은 절월력(節月曆)의 연초가 된다는 것이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가 시작되는 게 입춘부터라.. 2024. 1. 19.
2023 올해의 사자성어,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 2023, 지향을 잃고 각자도생 해야만 했던 시간 이 해마다 설문으로 선정하는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라고 발표했다. 견리망의는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해 응답자 중 30.1%(396표)를 얻었다. [관련 기사 :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 견리망의라면 단박에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견리사의(見利思義)’다. 견리사의는 『논어』의 자로(子路)와 공자의 대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지만, 우리에겐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危授命)’으로 더 친숙한 사자성어다. ‘견리사의(見利思義)’와 상반되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 두 성어는 ‘사(思)’와 ‘망(忘)’, 단지 글자 한 자 차이지만, 그 뜻은 완.. 2023. 12. 12.
[축제 풍경] 에너지와 끼, 혹은 가능성과 희망 온갖 끼를 다 보여준 아이들의 축제 오뉴월 염천에 학생 축제라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난 16일, 축제는 치러졌다. 지난해 얘기했던 것처럼 ‘이 무한 입시경쟁 시대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선택한 ’비켜 가기‘ 축제(축제를 치렀다는 생색은 내면서 시간과 영향은 줄이겠다는)였던 게다. 이웃한 남학교의 축제는 10월에 치러진다. 대신 단지 사흘의 준비 기간밖에 없는데 비기면 거의 열흘에 가까운 준비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훨씬 내실 있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7월 초순 기말시험을 끝내고부터 아이들은 축제 준비로 골몰해 온 것이다. 축제의 패턴은 예년과 다르지 않다. 합창제와 예술제, 동아리별로 각 교실에서 치러진 이벤트 등은 비슷했으나 시절 .. 2021. 7. 23.
봄, 혹은 희망 낙동강변에 당도한 봄, 그리고 희망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은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이미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썰렁했던 아파트 담장 위에, 드러난 살갗을 간질이며 매끄럽게 휘돌아 지나가는 바람의 속살에, 숙취로 어지러운 아침 식탁에,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이미 봄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들른 조각공원에서 찍어 온 강변 풍경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자면, 그 풍경 속을 스쳐 간 실바람, 미루나무 그늘에 쌓이던 햇볕의 온기까지 뚜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햇빛 때문에 아련한 푸른빛 기운과 함께 시나브로 다가오는 건너편 산, 잘디잘게 떨고 있는 비췻빛 물결 등이 어울려 연출하는 이 풍경은 이미 봄이 우리 가슴속까지 와.. 2021. 3. 27.
‘봄’은 ‘밥’이고 ‘민주주의’다 이성부 시인의 시편 ‘봄’을 읽으며 유난히 지난겨울은 추웠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 게 맞지만 고단하게 살아가는 헐벗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난겨울 추위는 혹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깥바람은 차고 맵다. 입춘 지나 어저께가 우수, 그래도 절기는 아는지 어느새 한파는 고즈넉이 물러나고 있는 낌새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지난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겨울의 막바지에 서 있지만 우리는 정작 이날을 겨울로 느끼지 않으며, 우리가 서둘러 온 이른 봄 가운데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계절 가운데 ‘봄’만큼 다양한 비유나 상징으로 쓰이는 게 또 있을까. 일찍이 이 땅에서 ‘봄’은 빛과 희망이었고, 해방과 독립이었다. .. 2021. 2. 21.
재보궐선거와 아내의 ‘비관주의’ 2020년 4.29 재보궐 선거 “그거 보우. 내가 뭐랬수? 맨날 그 모양이라니까.” 어제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에서 실시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아내의 촌평이다. 선거를 앞두고 파문이 일었던 이런저런 정치적 스캔들 등 집권당의 추문과 무능을 표심과 연결해 보는 선거 보도나 희망 섞인 관측에 대해서 아내는 진작 무 자르듯 그렇게 잘랐었다. “아나~. 김칫국은 그만! 두고 보우. 이번에도 또 1번이 다 될 거니까.” 최근 현안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꼬이고 막힌 정국을 풀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게 기대라면 기대다. 세월호 정국을 늪으로 밀어 넣은 지난해 보선 결과에 대한 학습효과인 셈이었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배 꼬인 상황은 그래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집권당과 .. 2020. 4. 28.
노인들 - 세대의 순환, 혹은 역사 2011년 설 특집으로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을 다시 시청했다. 무려 8년 전의 프로그램인데, 출연한 노인들의 곡절과 사연들이 훨씬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때 50대였던 내가 60대 중반, 동병상련의 감정을 피할 수 없게 한 나이가 노인들을 바라보는 내 눈길을 훨씬 더 부드럽게 바꾸어놓은 것이다. 단순히 노화나 죽음에 대한 개인적 두려움이나 연민만은 아니다. 시간이, 더 본질적인 인간의 생로병사를 나의 문제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의 일부라는 사실도 접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8년, 그들 중 또 몇몇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얼굴을 비친 80대 이상의 노인들은 일찌감치 세상을 떴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 주변의 친지,.. 2019. 9. 3.
2014년 4월(1) 잔인한 봄―노란 리본의 공감과 분노 세월호 희생을 기리는 노란 리본, 그 공감과 분노 어제 역전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지역에선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다. 오후 여섯 시, 퇴근 무렵이어서 역사를 등진 채 거리를 바라보며 앉은 참가자들 주변은 역사를 오가는 행인으로 붐볐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 추모의 성격에 걸맞게 행사는 차분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주최 쪽에서 참가자는 물론이고 행인 가운데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도 노란 리본을 나누어 주었다. 행인들은 가끔 걸음을 멈추고 행사에 귀 기울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곤 했다. 스무 살도 안 된 재벌 3세에게서 ‘미개하다’고 비난받았지만 국민들은, 이 끔찍한 재난 앞에서 ‘내남’을 구분하지 않는 따뜻한 사람들인 것이다. 교사 한 분이 나와 소회를 밝히면.. 2019.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