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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화전2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 2020. 3. 29.
진달래 화전과 평양소주 진달래 화전을 안주 삼아 평양소주를 마시다 봄이 무르익기 전에 개울가에 가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궁싯거리다가 오후에 길을 나섰다. 시 외곽의 시골 쪽으로 나가다 우연히 근처에서 나무로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선배 교사들을 만났다. 강권을 뿌리치지 못하여 이분들의 집으로 갔다. 한 이태쯤 되었는가,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한 집 세 채가 주변 풍경 속에 무던하게 녹아 있었다. 처마 밑에 키 큰 진달래가 피어 있었는데, 안주인 두 분이 나란히 서서 그 꽃잎을 따기 시작했다. 화전(花煎)을 부치겠다고 한다. “화전이라……, 부쳐보셨던가요?” “아뇨, 말만 들었지 부쳐보진 못했어요.”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말만 들었지 그걸 직접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누님들에게서 화전놀이 .. 2019.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