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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호박19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3 텃밭 농사] ⑰ 텃밭 농사,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진다 빻아온 고춧가루 세 근, 어쨌거나 ‘텃밭의 선물’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그러구러 8월도 하순이다. 긴 장마와 함께 무더위를 견디면서 우리는 기운이 좀 빠졌다. 병충해로 고추가 지리멸렬이 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고추는 7월 26일에 소량이지만 첫 수확을 했고, 31일과 지난 8월 11일에 이어 며칠 전인 19일에도 고추를 좀 따 왔다. 그간 따온 고추는 아내가 건조기로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안타깝지만, 고춧가루는 3근(1.8kg)에 그쳤다. 하긴 그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아직 따지 않은 고추에서 한두 근쯤 더 수확할 수 있다면 더는 고추 농사를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여름이 파장에 이르면서 제대로 거름.. 2023. 8. 24.
[2023 텃밭 농사] ⑯고추 농사에 좌절한 얼치기 농부, 박으로 위로받다 칼라병으로 망가진 ‘고추’, 그러나 올핸 ‘박’이 ‘효자’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 농사는 올해까지다 지난번에 홍고추 첫 수확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내용은 그리 개운한 게 아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가 10근에서 3근으로 짜부라든 것은 이런저런 정황을 고려한 셈속이었다. 26일에 이어 어제(70.31.) 다시 텃밭에 들러 익은 고추를 좀 땄다. [관련 글 : 첫 홍고추를 따다] 일단 곁에서 바라보면 밭의 고추는 장해 보인다. 검푸른 잎사귀에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고추가 실팍하고, 거기다 빨갛게 익은 놈은 풍기는 분위기는 가히 풍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업 방석을 깔고 앉아 홍고추를 따면서 우리 내외는 이미 맥을 놓고 있었다. .. 2023. 8. 1.
[2023 텃밭 농사] ⑮ 첫 홍고추를 따다 홍고추, 비록 한 줌이지만 첫 수확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가 익어가면서 병충해로 떨어지고 벌레 먹은 고추가 늘어나자, 방제에 대한 아내의 조바심도 커졌다. 일주일에 한 번쯤의 방제가 사나흘 간격으로 줄어든 건 그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고추고, 비가 워낙 잦으니 일정한 시간만 지나면 약제는 씻기니까 괜찮다고는 하지만, 사흘돌이로 약을 치면서 기분은 썩 개운하지 않다. 그간 텃밭에 들를 때마다 한 바가지씩 벌레 먹은 고추를 따내면서 속상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약이 병충해에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그걸 멈추지 못하니 개운한 마음은 한층 더 멀어진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밭에 들러 약을 쳤다. 그나마 지난번 .. 2023. 7. 28.
[2023 텃밭 농사] ⑭ 반환점을 돈 올 농사, 문제는 ‘고추 농사’다 가지·호박 수확은 생광스러워도, 해충과 맞서야 하는 ‘고추 농사는 힘겹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7월이니 올 텃밭 농사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마늘은 수확을 마쳤고, 가지, 호박, 박, 오이, 토마토 등은 익는 대로 따 먹는 중이고, 뒤늦게 파종한 대파와 들깨는 그만그만한 속도로 자라고 있다. 7월 10일과 7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서 텃밭에 다녀왔다. 오이는 이미 열대여섯 개, 호박도 적지 않게 따서 먹었다. 사진을 못 찍었지만, 제법 큰 박도 하나 따서 나물로 볶아먹었다. 방울토마토는 한 번 따긴 했는데, 설익어 먹기에는 마땅찮았다. 토마토는 제법 주먹보다 크게 자라긴 했는데, 도무지 익지 않는 것 같아서 산책길에 텃밭 농부에게 물.. 2023. 7. 18.
[2023 텃밭 농사] ⑬ 올해는 ‘호박 농사’ 조짐이 좋다 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 2023. 6. 28.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2023 텃밭 농사] ④ 멀칭 비닐 아래 숨은 마늘 싹을 찾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꽤 오랜만에 텃밭에 들렀다. 지난달 14일에 싹을 확인하고 난 뒤, 근 한 달 가까이 텃밭을 찾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빴고, 아내의 수술 등으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중간에 혼자서 잠깐 다른 일로 한번 다녀갔지만, 호박 두어 개를 따 왔을 뿐이었다. 25일 만인데, 마늘 싹이 꽤 자랐다. 여전히 군데군데 빠끔한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 아내가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마늘을 심은 자리다. 수술 뒤라 허리를 굽힐 수 없는 아내가 풀이라도 좀 뽑아달라고 해서 선걸음에 풀을 맸다. 그런데 보아하니 비어 있는 비닐 구멍 쪽이 도두룩해서 손을 넣어보니, 자란 싹이 비닐 아래로 뻗어 있었다. 구멍에 심긴 .. 2022. 11. 11.
[2022 텃밭 농사 ⑤] 고구마와 땅콩 수확, 올 농사는 이제 ‘파장’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8일에 이어 오늘은 고구마와 땅콩을 수확하려고 텃밭에 들렀다. 지난번 시험 삼아 수확한 고구마와 땅콩은 한가위에 고구마전으로, 그리고 땅콩 밥으로 식구들에게 선을 보였다. 다락같이 오른 한가위 물가가 아니더라도 이 텃밭 농사가 생광스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땅에 심은 스무 포기 미만의 미니 농사지만, 뜻밖에 고구마 덤불을 걷어내는 게 꽤 힘이 들었다. 워낙 얼기설기 뻗어나가 걷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땅콩은 그냥 줄기를 쥐고 당기면 간단히 뽑혀서 쉬웠다. 금방 해치울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좋이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구마는 일일이 호미로 파서 숨은 고구마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2022. 9. 18.
[2017 텃밭일기 6] 수확에 바빠 ‘까치밥’을 잊었다 묵은 밭의 고추를 뽑고 배추와 무를 심은 지 한 달이 지났다. 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나무 꼭대기까지 타고 오른 호박 이야기로 헛헛한 기분을 달랬었다. [관련 글 : 따, 말아? 감나무 꼭대기의 호박] 일주일쯤 뒤에는 새 밭의 고추도 뽑았다. 탄저를 피한 푸른 고추 몇 줌을 건지는 걸로 우리 고추 농사는 마무리되었다. 틈틈이 따낸 고추는 아내가 노심초사 끝에 햇볕과 건조기로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오기 여러 번, 얼추 열 근에 가까운 양이 되었다. 고춧가루의 고운 빛깔에 아내는 무척 흡족해했고 진딧물과 탄저에도 그쯤이라도 건진 걸 나 역시 대견하게 여겼다. 추석을 쇠고 차일피일하다 보니 열흘이 훌쩍 지났다. 명절 끝에 고구마를 캐자고 했는데 그게 자꾸 미루어진 것이었다. 고구마를 캐고, 못 가본 새에.. 2021. 10. 19.
텃밭을 걷으며 버려진 밭에서 자란 마지막 열매를 거두다 텃밭 이야기를 한 게 지난 7월 초순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간신히 밭을 가꾸어 가면서도 그 손바닥만 한 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찌 고추나 가지 열매에 그치겠냐고 방정깨나 떨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가 보았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움직이는 게 힘겹던 시기여서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보름쯤 뒤에 들렀더니 텃밭 작물들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고추도 가지도 바짝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으므로 아내는 탈기를 했다.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내던져 뒀는데 무슨 농사가 되겠우? 올핸 글렀으니 내년에 어째 보든지…….” 물 구경을 못 한 고추는 자라다 만데다 병충해까지 꾀었다. 익은 것과 성한 것들만 따서 거두어 .. 2021. 9. 27.
[2018 텃밭 일기 3] ‘화수분’ 우리 텃밭 손바닥만 한 텃밭의 알찬 '수확', '화수분'이 따로 없다 텃밭은 ‘화수분’이다? 일찍이 본 적 없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엔간한 더위면 비교적 잘 견뎌낸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더위는 차원이 좀 다르다. 바깥 온도가 37, 8도를 오르내리니 실내 온도도 32도를 웃돌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켜고 마는데, 10년 전에 장만한 에어컨은 지난 9년 동안 쓴 시간의 두서너 배를 올해에 썼다. ‘불볕더위’로 고생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농작물도 죽어나는 모양이다. 벼는 병충해가 늘었고, 과수와 채소는 착과 불량과 생육 부진 등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단다. 텃밭도 더위와 가뭄에 배배 곯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일주일간의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에 득달같이 갔더니 고추와 가지는 이파리가.. 2021.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