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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혁명3

삼일절, ‘운동’과 ‘혁명’ 사이 삼일만세, ‘운동’ 아닌 ‘혁명’이다 3·1독립선언 아흔다섯 돌을 맞는다. 아침에 일어나 태극기를 달고 어저께 에서 읽은 ‘정인보 평전’(김삼웅)을 떠올리며 정인보 선생의 노랫말로 만들어진 삼일절 노래를 듣는다.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그 짧은 글귀엔 3·1 독립선언을 바라보는 선생의 관점이 오롯하다. 4대 국경일인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의 노래 가사를 위당에게 맡긴 것은 훼절로 얼룩진 지식인들 속에 선생의 지조와 학식, 인품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고. 선생이 쓴 노랫말에 넘치는 우리 고유어의 아름다움이 오늘따라 새롭다. [관련 글 : 위당 정인보의 ‘아름다운 우리말 맵시’]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 2024. 3. 4.
김광규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의 시는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 곡진한 삶의 흔적과 체취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의 발언은 낮으면서도 적지 않은 울림을 갖고 있다. ‘묘비명(墓碑銘)’은 어느 부자의 무덤 앞에서의 상념을 통해 ‘역사’와 ‘시인’을 노래한다.[ 시 전문 읽기]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기성세대로 편입한 혁명 세대의 우울한 초상을 그리고 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 그들은 ‘살기 위해 살고’,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옛사랑이 피 흘린 곳’을 지나며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하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기는 것이다. [시 전.. 2020. 1. 6.
‘지속 가능한 사회’, 그리고 ‘인간의 걸음’ [서평] 유재현의 『느린 희망』 세상에 선 뵌 책은 모두 읽어야 하는 것 같은 강박감에 시달렸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열심히 책을 읽게 되지는 않는다. 책 몇 권을 사면 이 책 저 책 옮겨가면서 읽는 데 좋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눈치챘겠지만 모처럼 예전의 속도감을 되찾아 읽을라치면 아뿔싸, 이젠 읽었던 앞부분이 가물가물한 상태가 되기 일쑤다. 얼마 전, 그간 거래해 왔던 한 온라인 서점으로부터 “고객님의 실버회원 유효기간이 7일 남았다.”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그 편지는 말하자면, 유효기간 안에 책을 좀 사라는 신종 마케팅이었던 셈이어서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유효기간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세 권의 책을 샀다. (방금 확인해 보니 이번 구매금액으로는 유효기간 연장에 조금 모자란다... 2019. 9. 19.